[한진家 경영권 분쟁] 조원태 VS KCGI, 주총 최상의 시나리오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14 10:12

3월 한진칼 주총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결정

‘캐스팅보트’ 반도, 조현아 전 부사장과 공동전선 구축시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부결 가능성

조원태 회장, 오너일가 지분이탈 막고 델타항공 연합 주력할듯...3월 주총서 사내이사 연임 ‘사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진칼 정기주총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주요 주주 간의 눈치싸움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 이탈’을 막는 동시에 델타항공, 반도건설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KCGI와의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KCGI는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진그룹 경영진이 지배구조 개편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면서 주요 주주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11월부터 끌어온 KCGI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3월 주총서 판가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다룬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 여부도 판가름나게 된다.

2018년 11월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한 이후 오너일가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경영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반도건설, 델타항공 등 다른 기업들도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지분율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지게 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누가 한진그룹의 아군이고, 적군인지를 단순 ‘추정’만 할 뿐, 실제 결과는 3월 주총에서나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캐스팅보트’ 반도건설, 조현아 전 부사장과 공동전선 가능성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곳은 단연 반도건설이다. 반도건설은 이달 10일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율을 종전 6.28%에서 8.28%로 늘리고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은 조원태 회장 등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인(28.94%), KCGI(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한진칼의 4대 주주로 올라섰다.

권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강조한 만큼 언뜻 보기에는 3월 주총에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편에 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의 그룹 경영에 제동을 건 만큼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조원태 회장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만일 반도건설이 지분 6.49%를 들고 있는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오너일가는 표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압박해온 KCGI 역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의 우호세력, 즉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 KCGI의 지분율을 단순 합산하면 32.06%로, 조 전 부사장의 표를 빼앗긴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22.45%)과의 표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내 발생한 단기매매 차익 등을 반환해야 한다"며 "반도건설이 이를 감수하고서도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은 단순 시세차익을 넘어 일종의 전략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 KCGI, 주총 직전까지 ‘오너일가 경영능력 비판’ 목소리 이어갈듯


특히 KCGI가 이달 7일에도 유튜브를 통해 "(한진그룹) 경영진이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는 등 오너일가를 향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간 점도 주목할만 하다. 결국 KCGI가 주총 직전까지 이같은 행보를 이어간다면 다른 소액주주들 역시 오너일가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표하며 KCGI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진칼은 국민연금(4.11%)을 비롯해 기타주주의 지분율 역시 30%가 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것도 이번 한진칼 주총 표 싸움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 조원태 회장, 가족 표 이탈 막고 3월 사내이사 연임 총력전

이에 맞서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단연 조 전 부사장의 표 이탈을 막고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하며 3월 주총에서 무난하게 사내이사 연임 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지분 10%를 보유한 델타항공의 경우 고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사업적으로 끈끈하게 협업해온 만큼 KCGI보다는 조원태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델타항공을 합한 지분율은 38.94%로 과반을 넘기 때문에 3월 주총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만일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날 경우 한진그룹은 1년 전 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부결이라는 악몽을 또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3월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73.84%(9484만4611주 중 7004만946주)가 표결에 참여해 찬성 64.09%, 반대 35.91%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됐다. KCGI는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갖고 있지 않았다. 즉 해당 건은 주주권 행사로 재벌 총수가 사내이사직에서 박탈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KCGI는 작년 3월 대한항공 주총으로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며 "주총이 다가올수록 아군과 적군을 파악하고, 표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주요 주주 간의 눈치싸움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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