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혁의 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장 1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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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ㆍ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장 1조)


요새 도시정비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과이익환수제, 임대비율 상향, 기부채납 등 억센 규제를 피해 리모델링이나 가로주택 정비사업으로 몸을 피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6미터 이상 도로 등으로 둘러싸인 노후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에서 가로는 유지하고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가로는 옆으로 늘어선 방향이 아니라 차와 보도를 구분하는 도로인 ‘가로(街路)’를 뜻한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연립,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난립한 지역은 더욱 무용지물이다. 노후 지역은 도로 6미터 폭을 맞출 수 없을 뿐더러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진행되면 200∼300가구 규모 ‘나홀로 아파트’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또 규모의 한계에 부딪혀 사업이 축소되면서 조합의 분담금이 높아질 수 있다.

이름만 그럴싸한 대안들이 지역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도리어 지역을 죽이는 꼴이 된 것이다. "다른 셈법 없이 도정법 목적에만 맞게 허가해 주면 좋겠다"는 어느 조합원의 푸념 섞인 말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법조계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정리가 덜된 법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정부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12ㆍ16 대책에서 관련 법령인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해 ‘구역 면적’과 ‘시행 면적’을 완화하겠다는 뜻 밝혔다.

그럼에도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주민들이 원하고 지역에 맞는 방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정책 뒤에 숨은 의도는 ‘집값 잡기’이지만 소규모 정비사업이 수요가 높은 시내 아파트 공급을 충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억지로 법을 만들어 맞추지 말고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추진돼야 비로소 도시환경과 주거생활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신준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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