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2020 ②] 재생에너지부터 전기차까지 …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上>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21 13:42

2020 에너지전환 트렌드 (上)

美 EU 중심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활발… 3000억 달러로 대폭 확대

육상 풍력 13.7GW 늘고 태양광은 발전설비 증가로 14% 성장 전망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세 맞물리며 에너지저장장치도 50억 달러 투자

전기차는 올 250만대 판매… 中 유럽 등 수요 증가로 1000만대 씽씽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세계 각국은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데, 에너지전환이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전환을 위한 세계 각국들의 노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살펴보고 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를 꼽아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에너지전환 2020 ①]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1% 증가…태양광↓·풍력↑
[에너지전환 2020 ②] 재생에너지부터 전기차까지 …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上>
[에너지전환 2020 ③] 천연가스부터 SBTi까지…올해 에너지전환 트렌드는 <下>


▲재생에너지(사진=연합)


◇ 올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설비투자…美·EU 주도 3000억 달러에 이른다

20일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1% 증가한 2822억 달러(약 327조 4366억원)를 기록했다. 이중 풍력발전이 태양광을 제치고 가장 활발하게 투자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BNEF는 "중국 태양광 시장의 열기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지난해 전체 투자규모를 견인시켰다"고 설명했다.

엥거스 멕크론 BNEF 편집국장은 이어 "올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규모는 작년보다 증가한 약 3000억 달러(약 347조 3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해상풍력에 대한 자금조달이 올해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EU를 ‘탄소중립 대륙’을 만들겠다는 ‘유럽 그린 딜’을 최근에 발표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약 1조 유로(약 1290조 원)가 10년에 걸쳐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 그린 딜은 작년말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의 역점 사업이다.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재생에너지 등의 탄소 감축과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하고 실질적인 순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경우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555억 달러(약 64조 4077억원)로, 2018년 대비 무려 28%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의 규모를 기록했다. 이렇듯 미국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멕크론 편집국장은 "올해 전 세계에서 추가되는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용량은 200GW(기가와트)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세계는 사상 최고의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풍력, 육상풍력 성장세 돋보여…노후된 해상풍력 발전소도 주목

▲풍력발전


올해도 글로벌 육상풍력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BNEF의 톰 해리스 풍력리서치 부문장은 "올해 새로 추가되는 육상풍력 발전설비는 작년의 55.3GW에서 69GW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 중국,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에서 풍력발전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문장은 이어 "반면 해상풍력의 경우 올해는 발전설비 설치량이 작년보다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나중에 다시 반등해 향후 10년 동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 부문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풍력설비에 대한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6% 증가한 1382억 달러(약 160조 3534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문장은 "북해와 미 동부 해안에서 기가와트급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올해의 경우 기업차원에서 처음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자금이 융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0MW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개발한 프랑스 사업자들이 최종 투자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노후된 해상풍력 발전소가 폐지절차를 따를지 수명이 연장될지 기로에 서게 된다. 덴마크에 위치한 5MW급 투노 놉(Tuno Knob) 해상풍력 발전소가 올해로 운행 25년차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세계 최초로 가동된 덴마크의 빈데비(Vindeby) 해상풍력 발전소가 경제성 악화로 운행 25년차인 지난 2017년에 폐지된 점을 고려하면 투노 놉 발전소의 향방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올해 태양광 시장, 작년대비 14% 성장


▲칠레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사진=대림)


올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전년대비 약 1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BNEF에 따르면 정부주도 보조금 지원없이 태양광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21GW~154GW 수준의 글로벌 태양광 발전설비가 새로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세계에서 신규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약 121GW로 추산됐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도 올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설치 수요가 지난해보다 10.7% 성장한 127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에 경우 약 4.7GW급 태양광 프로젝트가 단기간 전력구매 계약 또는 고객에게 직접 판매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러한 태양광 프로젝트가 약 1.3GW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유럽의 성장세가 더욱 돋보이는 형국이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태양광에 대한 수요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약 300곳의 태양광 산업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BNEF의 제니 체이스 태양광리서치 부문장은 "저가공세에 따른 공급과잉에 살아남지 못한 태양광 중간재 제조업체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살아남은 제조업체들은 더욱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태양광 모듈·웨이퍼 등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만 50억 달러


▲LG전자 ESS 모듈


올해는 글로벌 ESS 시장의 성장세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BNEF에 따르면 올해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ESS 프로젝트 규모가 50억 달러(약 5조 7885억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계속해서 하락하는 ESS 설치 비용과 미국, 중국 등의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ESS 설치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태양광과 연계된 ESS가 정부의 도움으로 대중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정부는 태양광과 연계된 ESS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 26%의 세액을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가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 중 50%가 ESS와 작년에 연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에서도 발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와 연결된 ESS 프로젝트들이 시험가동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에서도 관련 프로젝트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BNEF의 로간 골디 스캇 청정전력 리서치 부문장은 "유럽의 경우, 배터리가 재생에너지 출력제한률을 감축시킨다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며 "사업자들은 배터리를 통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지원제도는 향후 빈도와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올해 말까지 도로 위에 달리는 전기차는 1000만대…전기차 강국은 ‘中·EU’


▲충전중인 전기차


BNEF는 2020년 말까지 전 세계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가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가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전 세계에서 약 25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작년 대비 약 20% 오른 수준이다. BNEF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이 피크에 도달했다는 증거들이 올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살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전기차 굴기’를 천명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보조금 덕에 중국에서 약 120만대의 전기승용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럴 경우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내세운 목표도 달성하게 된다.

BNEF는 정부차원에서도 주도하는 택시, 공유 모빌리티와 경량상용차의 전기화도 시장 성장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이달 초 첫 모델 3 인도식을 가진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테슬라 전기차·부품 공장)에서는 연간 15만대 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모델Y를 포함해 50만대까지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환경규제를 도입하는 유럽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BNEF의 콜린 멕케라처 고도 수송리서치 부문장은 "올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가 80만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국과 독일의 판매량을 주목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절대적인 시장규모를 봤을 때는 중국이 세계 1위이지만, 판매량 기준 유럽과 중국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에 따라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내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 이하로 낮춰야 하며 이를 초과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또한 EU는 7.5톤 이상 대형트럭의 이상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25년에 15%, 2031년에는 30% 저감하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EU가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에 본격 나선 것을 의미함으로 전기차 등이 이를 대체해야 한다.

반면 북미에서는 올해도 전기차 판매량이 40만대를 밑도는 등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2018년과 작년에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각각 36만 1307대, 32만 9528대로 집계됐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새로 선보이는 전기차가 테슬라의 모델 Y 이외엔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최대 변수는 올해 대선이다. 멕케라처 부문장은 "민주당이 당선될 경우 2021년 이후 연방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연비 규제가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시장은 계속 부진한 면모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