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증대위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확보 총력
외형이냐 수익이냐…입찰가 두고 고민 신중모드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7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인천공항 출국장의 면세점 전경 |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가 ‘연매출 1조 원대’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 가치 증대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권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항 면세점이 시내면세점에 비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고민이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입찰 자체를 포기하느냐,아니면 입찰가격을 보수적으로 써내느냐를 놓고 고심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2020년 8월에 계약이 종료되는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에 대한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이번 입찰에서 대기업 구역은 2·3·4·6·7 총 5곳으로 연매출 규조만 1조 원대에 달한다. 특히 기존 사업 기간인 5년에 1회 연장으로 최대 10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자들의 관심도가 높다. 이에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빅3 외에 현대백화점까지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중 가장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업체는 호텔롯데다.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호텔롯데의 핵심사업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부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2016년 3000억 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7년에는 25억 원으로 감소하며 적자가 났다. 수익성 악화에 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지자 2018년에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주류 담배 사업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작업이다. 롯데는 2017년 지주사를 출범했으나, 편입되지 못한 계열사들이 존재하면서 아직까지는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이 때문에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에 롯데는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했으나 경영권 분쟁, 검찰 조사, 사드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상장이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면서 검찰리스크가 해소된데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역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올해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입찰에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다만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이 시내 면세점보다 높지 않은 만큼 입찰가를 두고 고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은 연매출이 2조6000억 원으로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중 1위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자들은 공항면세점이 시내보다 수익이 높지 않은 만큼 입찰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들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공항 1터미널 입찰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롯데면세점 역시 다소 신장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면세점 측은 이번 공항 입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수익성을 고려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