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기 만료…2년간 최대 성적에 사업다변화 주도
은행 의존도 개선은 한계…농협중앙회장 선거도 변수
임추위 이르면 2월말 시작할 듯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농협금융)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금융그룹 회장들에 대한 연임 윤곽이 잡히고 있는 가운데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다, 디지털, 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농협금융 회장은 보통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단위로 연임을 한다. 단 아직 비은행 강화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한 데다 농협중앙회장도 새롭게 선출되기에 이에 따라 연임 여부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오는 4월 28일 임기가 마무리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일찌감치 연임이 내정된 다른 금융지주 회장보다 임기가 늦게 끝나 향후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성적 면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 총 1조393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 보다 29.4%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2018년 4월 후 농협금융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취임 첫 해인 2018년 한 해 순이익은 전년(8598억원)보다 41.8%나 증가한 1조2189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의 우수한 성적에 기반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대훈 농협은행장 손발을 맞추며 외형적인 확장을 성공시킨 것은 두드러진 성과라는 평가다.
김 회장은 앞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던 2018년 당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올랐는데, 김용환 회장이 자진 사퇴하며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김광수 회장은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거치면서 금융과 4차 산업혁명 전반에 폭넓은 통찰력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 받아 차기 회장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은 취임 후 5월 곧바로 NH투자증권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획득하며 가시적인 성과의 기록을 써내려 갔다. 이후 새롭게 문을 두드린 부동산신탁업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2018년 7월 설립한 NH리츠자산운용에 힘을 실으며 부동산금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NH벤처투자와 NH헤지자산운용을 설립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했다.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8년 빅데이터 플랫폼인 NH 빅스퀘어를 구축한 후 지난해 4월에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출범하며 디지털 금융회사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3년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비전을 선포하며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를 붙였다. 해외 사업 후발 주자란 열세 속에서도 농협만의 특색을 살려 해외 영토도 넓히는 중이다. 이달에는 농협금융 자회사인 NH농협캐피탈이 세계 최대 비료협동조합인 인도비료협동조합(IFFCO)과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인도 금융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비은행 강화란 숙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계열사 수 확장 등으로 외형은 넓혔으나 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85.5%로 여전히 높다. 특히 보험사인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경우 자산규모 4위의 생명보험사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낮은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농협손보는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이 약 40억원에 그치는 등 수익이 저조하다. 정책보험을 다룬다는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비은행 부문 개선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보험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지난 2년 간 농협금융의 성장 기반을 닦은 만큼 비은행 강화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1년 더 연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 21일 향후 10년의 전략방향인 ‘디자인(DESIGN)’ 경영을 새 비전으로 제시한 만큼 새로운 비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재신임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단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농협금융 100% 지분을 가진 농협중앙회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어 오는 31일 진행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농협금융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월말이나 3월초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라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에는 최초 임추위를 열도록 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빨리 임추위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추위 일정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번 설 연휴 동안 국내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 기간이 길지 않아 김 회장은 특별한 일정을 갖지 않고 설을 보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