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
◇ 이재용 진두지휘…삼성, 전장 사업 속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와 사업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총수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전담 조직을 갖추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전장 시장이 기존 업계 간 경계를 초월하고 산업을 연결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는 자동차 전장 시장 규모가 2015년 2390억 달러(한화 약 279조 원)에서 올해 3033억 달러(354조 원) 규모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강점인 반도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장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10월 차량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하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의 각 응용처에 맞춰 엑시노스 오토 제품군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용 ‘V 시리즈’,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A 시리즈’, 자동차 무선 통신 기술(텔레매틱스 시스템)용 ‘T 시리즈’ 등 3가지로 세분화했다.
아이소셀 오토는 픽셀 간 간섭 현상을 최소화해 작은 픽셀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변하는 도로와 주변 환경의 시인성을 높이고 보다 정밀한 물체 식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IC인사이츠는 2017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차량 반도체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2.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장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한 직후 전장사업팀을 조직하고 이듬해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9조 4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규모 가운데 사상 최대다. 총수의 진두지휘 속에 전장 사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하만은 커넥티드 카용 IVI, 텔레매틱스, 보안, 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OTA) 솔루션 등 전장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전체 매출 중 65%가 전장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전장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2년만에 본격적으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만은 자사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의 차량에 공급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업체에 차량용 계기판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콕핏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이밖에 다른 계열사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전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을 맡고 있다.
▲글로벌 차량 조명 업체 ZKW의 연구원이 자동차 헤드 램프를 검사하고 있다. |
LG그룹도 전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전장 사업 담당 부서의 명칭을 종전 차량부품(VC)에서 차량부품솔루션(VS)로 변경했다. 부품부터 종합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우선 2018년 오스트리아의 글로벌 차량 조명 업체 ZKW를 인수했다. LG전자와 LG가 각각 이 회사 지분 70%(7억 7000만 유로·1조 100억 원), 30%(3억 3000만 유로·4300억 원)를 인수했다. LG그룹 역사상 최대 인수 규모다.
LG전자는 ZKW를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ZKW는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20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ZKW는 LG전자에 인수 뒤 두 달간 매출액 2844억 원, 순이익 127억 원을 올렸다. 최근에는 글로벌 슈퍼 카 업체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헤드 램프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LG전자는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에서 자율주행 분야 차세대 제품 개발 등 글로벌 자동차용 조명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LG는 여기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벤츠와 BMW, 제네럴 모터스(GM)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LTE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의 차량용 통신 모듈 ‘C-V2X’ 개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하며 자율주행차 등 커넥티드 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C-V2X는 다른 차량, 도로, 인프라 등과 통신으로 사각지대 돌발 상황까지 인지할 수 있어 카메라, 레이더 등 차량 센서에만 의존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존 자율주행차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LG는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LG하우시스는 자동차 원단 등 소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