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현대차 양재본사(09)-숲(현대차 제공)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엘리엇 리스크’와 실적에 대한 부담을 해결한 현대자동차가 그룹의 지배구조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한데다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도 걸려 있어 조만간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앓던 이’ 두 개를 빼냈다. 2018년 바닥을 쳤던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회사 경영에 간섭하며 무리한 요구를 일삼던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도 연을 끊었다.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한 지분 규모는 각각 3.0%, 2.6%, 2.1% 수준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이들 3개 회사의 보통주 10억 달러(당시 약 1조 500억 원)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 다음달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게 만들었다. 작년에는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8조 3000억 원의 고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엘리엇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미래차와 모빌리티 사업을 향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적에 대한 부담도 털어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05조 7904억 원, 영업이익 3조 6847억 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9.3%, 52.1% 뛴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매출액(58조 1460억 원)과 영업이익(2조 97억 원)도 각각 7.3%, 73.6% 올랐다. 꾸준히 이익을 낼 여건을 마련하고 주가를 일정 수준 회복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초 체력도 갖춘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지니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확실하게 지배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분사한 뒤 지주사를 세우는 방법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다만 지주사 체제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작업에 제약이 많이 생기고, 금융계열사(현대캐피탈, 현대차증권 등)를 처분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결국 앞서 실패한 개편안을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면서 그 비율을 재조정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들고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유리하다.

이 밖에 정 수석부회장이 주식을 일정 수준 들고 있는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실탄’ 역할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상장을 추진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