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외출 삼가며 소비 급감
사스때 한국 GDP 1% 하락
정부, 사태 추이 모니터링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수서역에서 귀경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최근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우한 폐렴’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민간의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하면 올해 2.4%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27일 당국에 따르면 우한 폐렴 사태로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우리나라 방문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온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도 줄었다. 중국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직은 국내에선 확진 환자가 많지 않지만,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소비 주체인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국내 소비·여가 활동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3년 2분기, 특히 5월의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됐던 것을 모두 사스의 파급에 의한 것이라 가정하고 추정한 값이다.
또한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가 사스로 인해 2003년에 모두 감소했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2년 약 212만명이었으나, 2003년 사스로 인해 약 18만명 감소한 194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2002년 53만9400여명에서 2003년 51만2700여명으로 감소했다.
신종플루는 2009년 가을에 심하게 번졌고, 우리 경제는 그해 4분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신종플루가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거라 추정했고, 실제 2009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에는 한국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신종플루가 비교적 빨리 잡히면서 2009년 10~11월을 바닥으로 비교적 빠르게 각종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에서만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 손실을 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의 시각을 살핀 결과,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춘제,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질병이 확산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연휴 중 시장 상황 변화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활력을 조기에 되찾기 위해 지난해 4분기 1.2% 성장의 기저효과 영향을 이어가려고 연초부터 민간 소비와 투자 회복 등에 힘을 쏟아왔다"면서 "하지만 애초 예상 시나리오에 들어있지 않던 우한 폐렴 사태가 돌출해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