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사진=연합)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확진 환자와 사망자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공포감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우한 폐렴 환자들이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 유럽에서도 보고되는 등 전염병에 대한 대륙 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증시는 물론 국제유가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우한 폐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31일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27명의 원인 불명 폐렴 환자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을 비롯한 인접 지역에서도 우한을 다녀온 폐렴 의심 환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하자 중국과 홍콩에서는 2003년에 일어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사스로 인해 중국과 홍콩에서 각각 349명, 29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스 이후 또다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에도 전 세계에서 449명의 사망을 불러왔다.

그러나 얼마 안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폐렴으로 판정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와 장의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인간 외에 소, 고양이, 개, 낙타, 박쥐, 쥐, 고슴도치 등의 포유류와 여러 종의 조류가 감염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는 6종이다. 이 가운데 4종은 비교적 흔하고 보통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만 유발한다. 반면 다른 두종은 사스 바이러스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로 엄중한 호흡기 계통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우한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도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태국서 첫 해외 우한 폐렴 환자가 확진을 받았고 16일에는 일본에서도 처음으로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일에서 환자가 우한 폐렴을 확진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수도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에서도 속출하면서 신종 바이러스는 우한의 경계를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중국 당국의 확진 발표는 지난 18일부터 하루 수십명씩 급격히 늘어나 순식간에 몇 백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바이러스의 전파 억제를 위해 도시 봉쇄와 유명 관광지 폐쇄, 영화관 운영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0시 기준 중국에서만 2727명의 우환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0명으로 집계됐다.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는 홍콩 8명, 대만 4명, 마카오 5명, 태국 8명, 싱가포르 4명, 말레이시아 4명, 일본 4명, 베트남 2명, 네팔 1명 등의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5명, 캐나다에서 1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호주에서는 4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7일 오전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를 확인했다. 


◇ 글로벌 경제에 악재로 작용되는 ‘우한 폐렴’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은 보건 문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관광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항공업, 호텔업 등의 분야에서는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에서 사망자 700명 이상을 낸 사스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손실은 약 4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1단계 미중 무역합의로 겨우 한숨을 돌렸지만 우한 폐렴 사태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경제성장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 차이신(財新)과 인터뷰에서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확산이 2003년 사스 때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 경제에, 특히 서비스 분야에 큰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중국 경제는 사스 사태 때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사스 사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2003년 1분기 11.1%에 달했지만 그해 2분기에는 9.1%로 급속히 둔화했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등 부양 수단을 동원한 끝에 2003년 3분기 GDP 성장률이 10%로 다소 회복됐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날로 심각해져 가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 이상 폭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단기간에 확산이 억제되지 못한다면 소매판매, 여행, 호텔, 음식, 운수업 등에 명확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우한 폐렴’ 사태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중국 경제 성장 회복세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국이 심지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6.0%의 경제성장률 달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연일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이 우한 폐렴 공포를 기점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1.03%, 0.79% 떨어졌다.


◇ 원유시장에도 영향주는 ‘우한 폐렴’…"국제유가 향후 5달러 추가 하락" 가능성도


사진=네이버금융


글로벌 원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륙간의 경계선이 사라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우한 폐렴 환자가 발견되자 국제유가는 지난 한 주 동안 하루 2% 이상 떨어지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전 거래일보다 1.9%(1.05달러) 미끄러진 5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26%(1.37달러) 급락한 59.32달러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 여행업 등이 위축되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환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항공 등에 대한 제한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원유수요도 덩달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22일(현지시간) 중국발 우한 폐렴 여파로 원유수요가 항공용 연료를 중심으로 하루 26만 배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항공기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결국 원유수요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2003년 사스 사태 때의 원유 수요 감소 영향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사스 발병 이후 아시아 항공사들의 운행률이 연간기준 약 8%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2.90달러 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실제 이날 이후 기간동안 국제유가는 배럴당 3달러 넘게 하락했다.

문제는 글로벌 원유공급망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요 위축’이라는 악재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는 기존에 이어가던 하루 120만 배럴의 감산규모를 올해 1월부터 170만 배럴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은 OPEC 관계자를 인용해 산유국 감산정책이 연말까지 유지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석유 카르텔은 3월 이후 각 회원국에게 부여된 원유생산 할당량을 더 늘리는 방향에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다"며 "수요전망이 계속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즉 글로벌 원유공급량이 올해 계속 타이트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내전 중인 산유국 리비아의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 측이 송유관을 폐쇄한 점도 원유 수요에 부담이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 NOC는 최근 불가항력을 선언했는데 이로 인해 원유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리비아의 석유시설들이 복구가 되지 않을 경우 자국내 산유량은 기존 하루 120만 배럴에서 7만 2000배럴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원유 재고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엇나간 점도 원유 시장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월 셋째 주 원유재고가 전주대비 4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유 재고가 증가할 것이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상반된 것이다. S&P 글로벌 플래츠는 원유재고가 5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우한 폐렴 사태가 사스 수준으로 악화되면 향후 배럴당 5달러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