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도 5%룰, 3%룰로 강화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1 15:52

주주행동주의를 이용한 단기실적주의는 헤지펀드의 기업공격 우려 낳아
헤지펀드 부작용 방지 위해 의결권연대행사 금지 및 공시의무 강화해야


최준선 명예교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이달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5%룰이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에 대해서는 월별 약식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또한 경영권과 무관한 보유목적의 범위를 넓혀 이사해임청구ㆍ위법행위유지청구,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관련 주주활동은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보지 않도록 했다. 이외에도 사모펀드의 유형 중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의 구분을 폐지하고 해외 헤지펀드와 똑같은 대우를 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통해 주주와 경영진의 대리인비용을 감소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기대한 것이지만, 단기실적주의로 인해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시킨 사례가 더 많아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를 3%로 낮추는 동시에 1일내 신고로 기관투자자 공시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의 문제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근 헤지펀드는 비윤리적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수익성이 좋으나 업계 대비 배당성향이 낮고 현금보유 비중이 높은 우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헤지펀드의 단기 실적주의는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투자 및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듀폰은 헤지펀드 공격이후 비용절감을 통해 단기주가를 상승시켜 주주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R&D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기술연구소를 폐쇄해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기업의 인위적 구조조정의 사례도 존재한다. 행동주의 펀드 ‘자나 파트너스’는 미국의 홀푸드 경영진에게 주가 상승 압력을 넣었고 이후 아마존에게 기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헤지펀드의 요구로 인한 경영진 교체 사례 역시 GE, 포드자동차, US스틸, AIG, 야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헤지펀드의 주요 활동 무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사례는 2011년 대비 2018년 10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평균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준선 교수는 "한국은 삼성전자ㆍ현대차ㆍSK하이닉스 등 4대 그룹 상장사 55개 가운데 19개(35%)는 대주주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등 국내 기업은 헤지펀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포이즌 필 같은 방어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기주식 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자기주식 매수뿐만 아니라 자기주식 신탁을 통한 간접적인 자기주식 매수까지 포함할 경우, 기업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되사는데 쓴 돈은 2017년 8조 1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이 높아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 교수는 안정적인 장기 주식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배당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으나 내수 부진과 함께 기업들의 침체된 설비투자가 국내경기 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수와 배당의 확대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헤지펀드들의 활동의 자유와 그에 따른 부작용 간의 균형을 찾기 위해 최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의결권 연대행사 금지와 공시의무 강화를 주장했다. 또한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도에서 5%룰은 3%룰로 변경하고 1일 내에 신고하게 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의결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공시의무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 제도 등 기업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국민연금에게 주주권행사를 쉽게 하려는 의도로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국민연금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으나, 개정 시행령은 상위법 위반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