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윤하늘 기자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었던 IBK기업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출근 저지 투쟁을 끝내고 정상화를 찾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올해 초 임명 이후 노조에 막혀 회사 입구조차 들어가지 못하다가 취임 27일 만에 첫 출근을 했다. 그간 윤 행장은 출근길이 막히자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 외부에서 업무를 봐왔다. 이후 당정과 노사가 잠정 합의하면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월 28일 윤 행장 저지 투쟁을 끝내고 기업은행 본사 문을 열어줬다.
예탁결제원 낙하산 인사는 임명이 되기 전부터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의 이름이 떠돌았다. 이에 노조는 강력 반발했고, 제해문 노조위원장이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며 직접 사장 후보에 나서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장은 1월 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예탁원 사장에 올랐고, 그날 오전 9시경 부산 본사 사옥으로 첫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출근저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노사 합의가 계속 진행됐지만, 토론회 불발로 이어지는 등 기업은행 출근저지와 비교대상에 오르며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이달 3일 예탁결제원 노사는 부산 본사에서 노조가 요구한 전 직원 공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예탁원 직원들이 질문하고 이 사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요 질문 내용으로는 ▲예탁원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시중은행 수준의 희망퇴직 허용 ▲노조 동의 없는 직무급 미도입 ▲직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수시설 확충 ▲서울·부산 조직 이원화에 따른 직원 고충 해결 등이었다.
예탁원 노조는 당시 "요구가 다 수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사장의 진정성있는 답변에 노조의 마음이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출근만을 목적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진 만큼, 노조에게 임금 체계 개편, 노조추천이사제 등 모든 주도권이 주어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 CEO라는 이름에 주어진 책임감과 사명감이다. CEO가 임명 직후부터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고, 첫 출근조차 하지 못해 밖에서 업무를 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은 그간 금융권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기 때문이다. 단순 CEO의 자격이나 업무 능력 등을 떠나서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경쟁력은 무시한 채 외부 사람만 CEO로 올리는 것은 임직원들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고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내부, 외부 출신을 떠나 CEO의 업무 능력과 진가를 봐달라는 뜻이다. 첫 출근을 시작한 윤 행장과 이 사장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취임 당시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낙하산’ 꼬리표를 지우면서 진가를 발휘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