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윤종원 기업은행장...실적-주가-비이자이익 경쟁력 '먼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4 09:07

IBK기업은행, 본업-자회사 모두 부진...주가 연일 신저가
4대 금융지주, 대내외 악재에도 ‘비이자이익’에 실적잔치
공적기능 수행 기대감 ‘글쎄’...윤행장 경영전략 ‘물음표’

▲윤종원 기업은행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직후 실적 부진과 주가 내리막길, 비이자이익 수익 부진 등 3중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윤 행장은 취임 당시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IBK기업은행의 실적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유독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행장이 ‘낙하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책은행으로서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주가 반등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 기업은행 주가 ‘휘청’...1만원대 지지 ‘위태’

윤 행장 취임을 전후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은행 주가가 반등하는 법을 잊고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은행 주가는 전일 대비 0.95% 내린 1만400원에 마감했다. 기업은행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 회사 주가가 1만원대를 아슬아슬하게 버틴 것은 최근 10년새 처음 있는 일이다. 1년 전인 2월 13일까지만 해도 종가 기준 1만4050원을 기록하며 1만3000~4000원대를 횡보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IBK기업은행 주가는 최근 1년새 26% 급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10%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은행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실적이 다른 시중은행 대비 유독 부진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62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7.8% 감소한 수치다. 자회사를 제외한 기업은행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도 1조4017억원으로 전년보다 7.2% 감소했다. 기업은행의 상대적인 강점이었던 순이자마진도 시장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74%로 전 분기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4분기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과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충당금 676억원을 선제적으로 쌓은 점도 기업은행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업은행 측은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높다보니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둔다"며 "통상임금 소송도 아직 3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계속해서 이자가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 4대 금융지주, 대내외 악재에도 실적잔치...기업은행만 ‘울상’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인 것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의 이같은 부진은 더욱 눈에 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2조4084억원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회계상의 순이익 감소분(1344억원)을 포함해 약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한금융과 KB금융도 각각 3조4035억원,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금융지주사 1,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실적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비이자이익과 우량기업 위주의 대출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기준금리 인하, 경쟁심화 등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 글로벌 부문 등 다른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다른 은행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 탄탄하게 실적을 올린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여전히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은 중국에 이어 지난해 9월 두 번째 해외법인인 ‘IBK인도네시아은행’을 공식 출범하며 이제 막 해외시장 공략에 걸음마를 뗀 상태다. 이는 우리은행이 해외 453개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등 다른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도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 '10년 만에 온 외부 출신 CEO'...공적기능 수행 기대감은 '글쎄'


문제는 앞으로 기업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지난달 말 취임식을 가졌지만, 10년 만에 온 외부 출신 CEO인데다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는 점은 향후 기업은행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행장 역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내는 등 거시경제나 국내, 국제금융 등에 대해 정책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단순 금융권에 대한 현장 경험을 넘어 글로벌 전략이나 국제적 감각에 능통한 인물들을 적극 행장으로 앉히고 있어 윤 행장이 그간 거친 이력들이 실제 기업은행을 이끄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근무하는 사람 입장에서 IMF, OECD 등 국제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것과 실제 수십년간 은행권에서 발로 뛰며 현장을 경험한 것은 천지차이다"며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기업들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 은행을 넘어 비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은행에 대해 "금융지원 등 공적 기능 수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수익성 등 실적 못지않게 경영정책상 공공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가 기업은행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윤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 역시) 기업은행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안도 꾸준히 고심하고 있다"며 "OECD 등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점이 향후 기업은행이 나아가는데 있어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행장은 오는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20일을 전후로 IBK투자증권 등 주요 자회사 사장단 인사도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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