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재생에너지(사진=연합)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PPA)로 구매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선두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중남미 등 기타지역 출신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에도 탄력이 붙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최근 ‘기업 에너지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PPA로 구매한 재생에너지 규모가 작년대비 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총 23개 곳의 나라에서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규모가 약 19.5기가와트(GW)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5.9GW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이며 2017년의 6.2GW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독립적인 계약을 맺어 태양광·풍력 등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제도다.

BNEF는 "작년의 구매계약 규모는 지난해 세계에서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10% 이상 맞먹는 수준이다"며 "계약이 실질적으로 개발되고 진행되기 위해 약 200∼300억 달러의 비용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규모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약 1GW 이하 수준을 보였지만 2015년에는 4.7GW에 달하면서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4.3GW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7년에는 처음으로 6GW를 넘었고 2018년에는 두 배 이상인 13.6GW를 기록했다.

BNEF의 조나스 루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구매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50GW에 달한다"며 "이는 폴란드나 베트남의 총 발전규모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구매자들은 세계 전력시장의 구조와 에너지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재생에너지 PPA 규모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작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기업은 미국의 정보통신(IT) 공룡 구글로 집계됐다. BNEF에 따르면 구글은 작년에 무려 2.7GW 이상의 규모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PPA를 체결했으며 페이스북(1.1GW), 아마존(0.9GW), 마이크로소프트(0.8GW)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구글의 경우 작년 9월 6개 국가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총 1.9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IT기업 외에도 석유·가스업체들의 친환경 에너지 구매계약도 증가하는 추세다. 엑손모빌이 과거 2018년 575메가와트(MW)의 규모로 동종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쉐브런 등이 동참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카일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탈(脫)탄소에 대한 압박을 끊임없이 받고있는다"며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소비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NEF에 따르면 미주대륙에서 지난해 약 15.7GW에 달하는 계약이 체결된 가운데 미국에서만 그 규모가 13.6GW에 달했다. 중미·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칠레를 중심으로 PPA 규모가 약 2GW로 기록됐는데 이는 작년 대비 3배 성장한 수준이다.

BNEF는 "브라질에서는 연간 3MW 이상의 수요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에너지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며 "칠레에서는 BHP 그룹 등과 같이 광산업체들이 석유·가스업체들처럼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압박이 재생에너지 구매계약 체결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과 칠레 다음으로 콜럼비아가 이러한 흐름에 새로 동참하는 국가로 떠오르기도 했다.

유럽·중동지역·아프리카(EMEA) 지역에서는 2.6GW의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이 체결됐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이 기존에는 북유럽권에서만 국한됐지만 작년에는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타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이 가장 부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가 이를 의식한 듯 최근에 노르웨이 국영 전력사인 스태프크래프트와 PPA를 체결했다.

계약 규모와 가격 등이 포함된 세부 내용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다임러는 수력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구매해 태양광·풍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계획이다.

반면 아시아태평양(APAC)에서 체결된 PPA 규모는 작년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의 경우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태양광 전력규모가 1GW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개편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 대규모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들에게 일정량의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키도록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의무화시킬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비(非)화석연료 인증서 경매시장이 11배 성장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로 전력수요 100%를 대체한다는 목표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RE100 캠페인이 세계적인 PPA의 성장을 견인시켰다는 게 BNEF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221개사이며 이들 기업의 2018년 전력 사용량은 총 233테라와트시(TWh)였다.

BNEF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221개사가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210TWh에 달하는 전력을 추가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5GW의 신규 태양광·풍력발전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980억 달러 규모다.

해리슨 애널리스트는 "RE100 참여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PPA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확산세는 발전사, 정책입안자, 투자자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 가운데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곳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 간의 계약은 가능하지만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의 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동일인에게 두 종류의 전기 사업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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