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가상화폐 과세, 체계적 준비해 이뤄져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7 07:51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임동원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8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외국인이용자(비거주자)가 빗썸을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한 뒤 출금한 원화예수금(3325억원)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봐서 과세한 것이다. 빗썸이 비거주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세금 추징 사유였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기준이 없고 법적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세금부과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가상화폐 소득에 세금을 매길 경우 관련 업계가 위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업계와 투자자들은 세금부과를 반대하고 있고, 반면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화폐 붐이 일었던 지난 2017년과 비교해 거래가격은 다소 주춤했지만, 주식 등 유사한 투자방식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상 문제가 있다.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를 마련해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데, 주무담당조직이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바뀌면서 ‘양도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도소득의 경우 대표적으로 부동산을 비롯해 명확하게 취득가격과 양도가격 산정이 가능한 자산과 관련된 소득이다. 기타소득에도 영업권·서화·골동품 등의 일부 자산 양도 소득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우발적·불규칙적 소득이나 불로소득 등의 성격이 강하다. 조세행정비용 측면에서 기타소득이 유리한 점이 주요 이유일 수 있다. 가상화폐 소득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려면, 정확한 취득가격과 양도가격을 모두 파악해 차익을 계산해야 하지만, 기타소득세의 경우 최종 거래금액을 양도금액으로 보고 일정 비율의 필요경비(60% 등)만 뺀 뒤 과세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가상화폐 매매차익 등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잡소득(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거래한 경우 구매자는 구매, 투자 여부 등을 보고해야 하며, 매도자는 판매수입, 손익 보고 등을 자세히 기재해서 보고해야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이뤄질 필요가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당연하며 다른 자산소득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문제와 실질과세를 통한 조세저항 최소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과세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과세편의를 위해 거래에 대해 세금을 일괄적으로 부과한다던지,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납세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국세청의 빗썸 과세는 입법적으로 미비한 상태에서 세금을 부과한 것이고, 거주자에게 과세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거주자에게 과세를 우선한 내외국인 차별일 수 있어 무리한 과세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경우 실제 실현된 양도소득에 대해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며, 여러 국가에서도 실현된 가상화폐 매매차익에 대해서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가상화폐에 대해 ‘무형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양도소득세 부과의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타소득세나 거래세를 섣부르게 과세하지 말고,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세법상 규정을 제정하고 과세인프라를 확립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해 필수적인 가상화폐의 정확한 취득가격과 양도가격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실행되어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거래내역을 받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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