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산적한 현안들 어떻게 해결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7 09:28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이번주부터 업무보고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비번 제재심 등 과제 산적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과태료가 상당 부분 조정되면서 한숨을 돌린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불완전판매 의혹,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 금감원의 제재가 불가피한 사건들이 줄줄이 예정되면서 향후 난관을 어떻게 뚫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감원은 비밀번호 도용 사건과 관련해 직원 뿐만 아니라 은행에도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다음달 취임을 앞두고 이번주 외부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비밀번호 무단도용 사건, 소비자 신뢰 강화 등 눈 앞에 놓인 현안들을 푸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임기 1년 받은 권 내정자, 이번주 임시집무실 출근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17일부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인근에 위치한 우리은행 연수원 임시집무실로 출근한다. 권 내정자의 임기는 다음달 24일 정기주주총회로부터 1년이지만, 이례적으로 한 달 정도 일찍 출근해 직원들로부터 중요한 업무를 보고받고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내정자가 ‘이른 출근’을 강행한 이유는 2018년부터 2년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지내면서 외부에 있었던 만큼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익히고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내부 규정을 개정해 각 계열사 대표가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경우 최소 3일 전에 지주에 미리 보고하고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정한 만큼 권 행장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현안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이에 권 행장은 이번주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우리금융 임직원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임원인사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현재 맡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일도 일부 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 ‘DLF 사태’ 우리은행 과태료 감경...당국 "봐주기 의혹 사실무근"

권 내정자의 마음이 조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최근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유독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DLF 사태의 경우 손 회장이 다음달 주총 전에 감독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가닥을 잡은데다가 과태료 부과 규모도 대폭 감경되면서 우리금융 앞에 놓여 있는 ‘급한 불’은 어느 정도 끈 상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2일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에 190억원 수준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는데, 이는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액수(23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위가 다음달 초 이번 과태료 부과 안건과 함께 6개월 업무 일부 정지 제재 안건까지 심의하게 되면 손 회장은 당초 계획한 대로 주총 전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연임을 이어가겠다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우리은행을 봐주기 위해 일부러 과태료를 경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내부에서도 이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내 금융사 한 고위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금융감독원이 최고 수준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하면, 증선위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이를 다소 조정한다"며 "항상 있었던 일로, 금융위가 특정 금융사를 봐주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관계자도 "과태료나 기관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다"며 "금감원은 금감원의 역할을, 금융위는 금융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이번 경감 조치로 내부에서 난감할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 우리은행, 라임펀드 판매사 1위...계속되는 불완전판매 의혹

▲라임자산운용.


문제는 라임자산운용 불완전판매 의혹과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으로 우리은행이 당분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자펀드를 총 3577억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순이었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금융사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이나 투자성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달 7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신청된 분쟁조정은 은행 150건, 증권사 64곳 등 총 214건으로 집계됐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1조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 가운데 9373억원어치가 손실 처리됐다고 발표한 만큼 앞으로 분쟁조정신청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사태에 대해 펀드 운용과 설계를 담당한 라임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뿐만 아니라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 등 모든 금융권에서 불법 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신속하게 사실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다음달 초 사실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오는 4월부터 5월까지 내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어 올해 상반기 안에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을 결정한다. 우리은행 측은 "고객의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감원 파견감독관과 판매사 대표 직원을 상주 파견했다"며 "현재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판매사 공동 대응단으로서 진행 상황을 보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비번 무단도용’ 가담 직원-기관제재 검토...제재수위 ‘촉각’

이와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에 대해서도 막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2018년 1~8월 영업점 내 공용 태블릿 PC를 이용해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 계좌의 임시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고, 활성계좌로 전환했다.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이란 사용자 비밀번호가 미등록된 상태로 1년 이상 경과된 고객을 의미한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고객이 사용하지 않던 계좌가 비밀번호 변경만으로 활성화하면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 행위가 있었던 영업점은 총 200곳이며, 무단 도용에 가담한 우리은행 직원 수는 313명이다. 비밀번호를 변경한 건수만 3만9463건으로 무려 4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비번 무단 도용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 위해 추가 검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해당 건을 검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실적 압박이 직원들의 이랄 행위로 이어졌다고 보고 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제재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단계로, 검사조치안이 나오면 제재심의국과 협의를 거쳐 최종 제재심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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