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방전에 '화웨이 때리기'까지...미중 관계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7 13:20

WHO 美CDC 전문가 투입 거절…확산 방지 정보공유 등 신뢰 잃어

中당국 대응안 투명성에 의문부호

美, 中 여행객 입국금지 조치 시행에 中 "과잉 대응시 합의이행 불가능"

美국방부, 화웨이 제재 강화 카드 반대의견 철회…양국간 신경전 고조 안갯속 국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문에 공식 서명한 이후 ‘화해 모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관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각국별 대응방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검찰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해 추가 기소를 진행하면서 양국 갈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려던 미국 상무부 계획에 반대해왔던 미 국방부도 최근에 이러한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제재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美 "코로나 대응 실망…중국의 투명성 나아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적한 중국 베이징(사진=AP/연합)


최근 벌어진 양국의 신경전은 코로나19가 발단이 됐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하면서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람들과 함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를 보내겠다는 우리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 방에서 2주 전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 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며 "(중국이) 그것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이 우리를 초대했다"며 CDC 최고 전문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투명성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이것은 정치나 무역에 관한 문제가 아니어서 우리가 더 많이 안다면 좋겠다"며 "이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통제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통제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중국에서 (발병) 인원수 면에서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며 "이 특별한 문제에 관해서 우리는 중국의 반응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중국에서 하루 2000명대의 양상을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갑자기 급증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코로나19 확진 기준을 바꿨기 때문인데,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떨어졌다고 강조한 중국 정부의 주장에 의문이 커진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 12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5152명, 사망자가 254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과 11일 신규 확진자는 2000명대를 유지해 증가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후베이성의 통계 기준이 바뀌면서 폭증하는 추세로 반전됐다. 지난 10일 108명, 11일 97명이던 신규 사망자 수도 통계 기준 변경에 254명으로 급증했다.

후베이성 당국은 확진 범위에 임산 진단 병례도 확진으로 포함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고 해명했다. 임산 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폐 CT 촬영을 통해 확진 범위를 분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3일 0시 기준 중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는 5만 9804명, 사망자는 1367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12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확진자 수와 사망자수가 각각 4만 4653명, 1113명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하루만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면서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커들로 위원장 발언에 대해 "중국은 전염병 발생 이래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전 세계 공중위생 안전 및 인민의 건강에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고 국제 사회와 공조해 대처해왔다"고 항변했다.

또 겅솽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는데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전염병 발생 이후 중미 보건 분야는 긴밀한 정책 소통과 적시 정보 공유, 장관 간 통화 등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하면서 코로나19의 해외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향후 발표된 중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다시 주춤해졌다. 중국 위건위에 따르면 12일 새로운 확진자·사망자 집계기준이 반영된 이후 다음날인 13일과 14일 하루 동안 발표된 확진자가 각각 5090명, 2641명 늘었다. 사망자도 같은 기간 각각 121명, 14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1만 5152명, 사망자가 254명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위건위는 또 지난 16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048명 늘었으며 사망자는 105명 증가했다고 17일 발표했다.


◇ 中 "과잉 대응하지 말라…무역합의 이행 어려울 수 있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사진=AP/연합)


나아가 중국도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여행자의 입국을 제한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 "과잉 대응하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최근 2주 사이에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심각한 도전이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뛰어넘은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전염병이 전반적으로 통제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어떤 나라도 이렇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왕이 국무위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에 대한 미국의 입국 제한 등 조치를 비판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또한 "몇몇 나라들은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정 기간의) 격리를 포함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이성적이며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과잉대응을 했고 이는 불필요한 공포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왕이 국무위원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입국금지 조치로 인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하면서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또한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외신과 회견에서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양국 간 인적 왕래를 전면 제한해 이번 합의 이행에 일부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이 불필요한 무역 및 인원 제한 조치를 풀어 합의 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자신이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며 미국 또한 1단계 합의에서 중국에 했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는 평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중국은 미국과 함께 노력해서 합의 실행을 잘하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 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연이은 압박

▲화웨이(사진=AP/연합)


이렇듯 양국이 코로나19를 두고 서로에게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가운데 미국 검찰은 중국 화웨이에 대북제재 위반 포함 16개에 달하는 새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은 양국간의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계를 흐트러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욕 연방검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화웨이 및 화웨이의 미국 내 자회시들이 기업의 부패 범죄를 처벌하는 리코(RICO)법을 위반했다는 공소장을 제출했다. 기소 대상은 화웨이와 자회사,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 부회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 기술기업들과 기밀 유지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을 위반했으며 다른 회사의 직원을 고용해 이전 소속 회사의 지식재산을 빼돌리도록 지시했다. 또 화웨이는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대학교수 등 ‘대리인’을 활용해 경쟁 업체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기밀을 빼 온 직원에게는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사업을 한 것에 대해 미 정부를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검찰의 추가 기소 내용은 이란과 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에 대한 이 회사의 개입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뉴욕주 검찰이 금융사기, 기술절취 등 13개 혐의로 화웨이와 일부 자회사, 멍 부회장을 기소했으며 워싱턴주 검찰은 미 통신업체인 T모바일의 기밀 절취, 사법 방해 등 10개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즉각 반발했다. 화웨이 측은 지난 14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미 법무부가 법 집행보다는 경쟁의 이유로 화웨이의 명성과 사업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며 "추가된 혐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민사 소송을 통해 연방법원 판사와 배심원들에게 기각됐거나 소송이 종료된 건"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또한 "미 정부는 이 기소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고 화웨이는 근거 없고 불공평한 기소임을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웨이 측은 "지금까지 북한과 어떠한 비즈니스도 하고 있지 않다"라며, "화웨이는 국제연합(UN),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수출 통제 및 제재 관련 법과 규정을 포함해,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모든 법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국무위원도 이에 대해 "우리는 왜 초강대국이 사기업인 화웨이를 공격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사용하는지, 동맹국을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16일에도 또다시 반박에 나섰다. 화웨이는 이날 추가 입장문을 통해 "화웨이는 절대 타사의 영업 비밀을 도용해 당사의 어떠한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며 "화웨이의 발전은 지난 30년간 끊임없는 이뤄진 연구개발(R&D)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와 미국 기업들의 거래 금지 조치를 발동했는데 현재 이에 대한 추가 제재 강화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동안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다는 미 상무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국방부가 반대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화웨이 제재를 더 강화하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핵심 수익원을 잃어 오히려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로 제재 강화 방침에 반대해왔는데 국방부가 이같은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화웨이를 전방에서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힘이 더욱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LG 등과 같은 한국기업에 악재로 적용돼 큰 여파를 불러올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중국 화웨이의 대안을 찾기 위해 다른 통신업계와의 제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