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등장에 '지역사회 감염'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7 16:32

정은경 본부장 '코로나19, 29~30번 확진 환자는 부부… 상태 안정적'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7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해외 여행력과 확진자와의 접촉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 환자의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지면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여행 이력이나 이미 확진 받은 환자와의 접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경로 확인은 물론 환자 관리 등 대비가 사실상 어려워 무방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역학적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생긴 것은 국내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며 현재의 방역대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82·한국인 남성)는 역학조사에서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다.이런 와중에 29번 환자의 아내도 전날 양성으로 나타나 서울대병원에 입원 격리되면서 국내 30번 확진자로 기록됐다. 이들 부부환자는 방역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나와 ‘국내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될 수 있기에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지금까지 드러난 기존 확진환자 28명과는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28명의 역학 조사를 바탕으로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등 해외 유입 사례 16명(57.1%), 국내 2, 3차 감염 사례 10명(35.7%)이었다. 다만 태국에서 감염된 16번 환자(43)의 딸인 18번 환자(21세 여성, 한국인)와 3번 환자의 지인인 28번 환자(31세 여성, 중국인) 등 2명에 대해서만 정확한 감염원,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국내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많이 번졌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29번 환자가 어떤 감염자와 연결되어서 걸렸는지 모르는데, 만약 그렇다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한 게 아니냐고도 볼 수 있다"면서 "언제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29번 환자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이제는 여행력만으로 환자를 보면 안 되겠구나. 혹시 폐렴이 있는 환자도 선별해서 검사를 해봐야겠구나’ 하는 일종의 사인을 주는 등 지역사회 감염을 대비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은 봉쇄 전략, 즉 공항에서 입국자를 체크해서 차단하고,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하며, 접촉자를 관리해 자가격리하는 등 원천봉쇄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면 이런 방역 전략으로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오는 등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른바 완화 전략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 교수는 "신종 감염병 초기에는 환자 발생을 줄이고 차단하는 방법을 쓰지만, 지역사회 여기저기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더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 빨리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추는 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9번째 환자 접촉자로 알려진 응급실 내 접촉자 76명, 의료진 및직원 45명, 환자 31명은 현재 자가격리 또는 병원 1인실 격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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