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의 '디지털 혁신'...핀테크 기업이 '상생 파트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9 16:35

농협, 뱅크샐러드·토스 등과 제휴…데이터 3법 대응 취지도

스타트업 육성해 새로운 서비스 제공…"금융권 내 핀테크 기업 위상 높아져"

▲사진=NH농협.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NH농협이 핀테크 기업들과 손 잡고 금융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인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감각 있는 핀테크 기업들을 ‘상생 파트너’로 여기면서 ‘디지털 회사’로 탈바꿈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핀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금융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고,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통과로 데이터 금융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은행들도 핀테크 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농협 또한 핀테크 기업을 끌어 안고 서비스 변신에 성공하겠다는 복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최근 디지털 기술 혁신을 목표로 주요 금융 핀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금융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협약으로 농협의 강점인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인프라와 레이니스트의 강점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활용해 초개인화가 가능한 데이터 금융시스템을 함께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API는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어도 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이다. 은행이 가진 API를 활용하면 핀테크 기업들은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다. 협약에 따라 농협은행은 뱅크샐러드에 농협 API를 제공하는 동시에, 뱅크샐러드 앱 내 대출금리 비교서비스, 환전서비스 등에 참여한다. 농협 앱에서는 뱅크샐러드 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3법 통과에 대응한다는 목적도 있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해 전문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현재 은행이 할 수 있는 자산관리 외 다른 부분에서 접목할 수 있는 자산관리 등의 부분이 뱅크샐러드에 있다면 이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H저축은행은 18일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제휴를 맺고 ‘대출 맞춤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 앱에서 NH저축은행 대출상품을 선택하면 NH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상품과 대출금리, 한도 등을 조회할 수 있는 ‘NH저축은행 스마트뱅킹’ 앱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토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1500만명이 넘는다. NH저축은행은 토스 앱을 활용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NH저축은행 대출 상품을 소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지원한 프롭테크(Prop-tech) 스타트업 기업 스페이스워크와 손을 잡고 최우수고객(VVIP)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이 제휴로 스페이스워크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 입주 기업 중 농협은행과 협업한 첫 스타트업 기업이 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개관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 더욱 힘을 쏟고 제휴 확대로 금융서비스의 양과 질을 계속 향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제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금융권 안에서 핀테크 기업들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서비스 수준이 전문적으로 진화하면서 은행도 관련 금융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기 보다는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맺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토스, 뱅크샐러드 등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핀테크 기업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핀테크 기업이 가진 전문 기술과 경쟁하기에는 금융사들도 한계가 있어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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