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감사원까지 가세한 탈원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0 09:20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비현실적인 탈원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원전산업의 붕괴에 걷잡을 수 없는 가속도까지 붙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미래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신재생과 전기차가 싹을 틔우기도 전에 주저앉고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떠맡은 국가기후변화회의도 환경부의 무기력한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제는 감사원까지 탈원전에 가세했다. 준사법기관인 감사원이 스스로 법률을 무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예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수원의 감사 시한을 2개월 연장했던 감사원이 이제는 그마저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 감사 요청은 5개월 내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 국회법에 명시된 강제 규정이다. 엊그제까지 국회의 수장이었던 국무총리가 드러내놓고 감사원장을 소환하고, 총리실의 관료를 감사위원으로 영전시킨 후에 벌어진 황당한 일이다. 힘없는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일조차 성가시다는 뜻이다.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 에너지 산업이 걷잡을 수 없이 죽어가고 있다. 발전 설비의 핵심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의 공중분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임원 감축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현장 인력의 대규모 명예퇴직이다. 1천 명 이상의 고경력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협력사의 감원도 불가피하다. 유능한 원전 엔지니어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탈원전으로 사라진 좋은 일자리는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고, 원전산업의 붕괴는 원전의 안전 가동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태양광도 추락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던 OCI가 국내의 폴리실리콘 생산시설 3곳을 폐쇄한다. 세계 1위의 한화솔루션도 조만간 국내 생산을 포기할 예정이다. 폴리실리콘 산업의 붕괴는 글로벌 시장의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산업부의 해명은 개가 들어도 웃을 궤변이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내던져버리고, 제대로 익지도 않은 신재생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탈원전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한 팩트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도 좌초하고 있다. 산업부가 연이은 ESS 화재의 책임을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에 떠넘겨버렸다. 설치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신재생 ESS 확대를 밀어붙인 산업부의 책임이 훨씬 더 무겁다. 만에 하나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같은 제조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도 걱정해야 하고, 대형건물에 설치된 700여 개소의 전력수요 조절용 ESS도 그냥 둘 수 없다.

비윤리적인 신재생 마피아에 의한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이미 축구장 7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 숲의 훼손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땀 흘렸던 조림사업의 성과가 원전 기술과 함께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있다. 숲이 줄어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부담도 늘어난다. 환경부가 밀어붙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의한 한전의 부담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커먼 태양광 패널에 의한 환경오염도 걱정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언제까지나 탈원전 비용을 한전에 떠넘길 수는 없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나 경부하 할인 폐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소비자에게 떠넘겨진다.

영화와 현실조차 구분하지 못한 ‘탈핵국가’ 선언은 원천무효다. 탈원전이 공론화의 결론이었다는 주장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불통정권의 궤변이다. 탈원전은 60년 후의 일이고, 지금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산업부의 주장은 속절없는 국민 기만이다.

돌아올 수 없는 막장을 향해 과속으로 치달리고 있는 탈원전은 당장 멈춰세워야 한다. 탈법적으로 정지시킨 월성 1호기를 당장 재가동하고,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21대 국회를 탈원전을 거부하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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