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사진=연합)


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에도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중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최근 다소 주춤해지고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의 추가 감산에 대한 가능성과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와 운송을 중개한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의 무역 부문 자회사인 로스네프트 트레이딩 SA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의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유가반등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내전 중인 산유국 리비아에서 원유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미 원유재고가 최근들어 예상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은 유가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요둔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올해 글로벌 원유수요 전망치를 최근에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 코로나발 악재 주춤…WTI 3주 만에 최고 수준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1.24달러) 뛴 53.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WTI는 약 3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 최저가 대비 약 8%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일 대비 배럴당 2.37%(1.37달러) 급등한 59.12달러를 기록했다.

중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둔화됐고, 중국이 경기 부양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당국이 통계 기준을 바꾸면서 지난 13일에는 5090명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는 16일까지 사흘째 2000명 선을 유지하다가 17일부터 이틀째 1000명대로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승요인으로 적용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 LPR를 석 달 만에 0.10%포인트 인하한 4.05%로 발표했는데 이번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나온 부양 조치로 풀이된다. 5년 만기 LPR는 4.75%로 기존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이와 관련, 어개인 캐피털의 에너지전문 분석가는 존 킬더프 파트너는 "코로나19에 대한 중요성이 원유시장에서 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유가가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에 일제 상승마감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영향력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도 20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수요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 OPEC+ 회담일정 확정에 추가 상승요인 존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이런 가운데 향후 유가상승을 일으킬 만한 또 다른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OPEC+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OPEC은 3월에 열리는 각료회의 일정을 확정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대변인들을 인용해 "OPEC은 3월 5∼6일에 열리는 각료회담 초청장을 역내 산유국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는 "코로나19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추가감산 합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다음달 열리는 각료회담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산유국들에게 전달된 초정장은 각료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며 무산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러시아도 일단 회담에 참석해 우선 산유국들과 논의라도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추가 감산에 대한 러시아측의 입장은 아직도 전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레이더들은 산유국들 사이에서 어떤 조치가 나올지는 3월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에게 가해진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운 러시아 로스네프트 트레이딩 SA와 이 회사의 디디에 카시미로 대표를 제재한다고 밝힌 점 또한 유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로스네프트 트레이딩 SA와 그 대표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판매와 운송을 중개했다"며 "미국은 부패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의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산 약탈을 막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끝에 나온 조치다. 미국은 세계의 모든 기업이 마두로 정권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는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경제적 살해"라고 비난했고, 러시아 정부도 "국제법상 불법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번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앞으로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능력을 위협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로의 원유 이동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속되는 리비아 내전도 원유공급에 꾸준히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는 유엔이 인정한 합법정부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가 두 축으로 갈라져 내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LNA 지지 무장조직이 지난달 주요 원유 수출항을 봉쇄하면서 리비아의 원유생산량이 직격탄을 맞았다.

리비아는 평균적으로 하루 130만 배럴어치의 원유를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국영석유회사 NOC에 따르면 봉쇄조치로 인해 리비아의 산유량이 하루 13만 5700 배럴 수준으로 폭락했다. NOC는 이로 인해 지금까지 약 16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리비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교전 당사가 간 협상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재개됐지만 트리폴리 항구가 LNA 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도 당분간 저조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예상보다 웃도는 미 원유재고는 유가하락 부추겨


다만 여전히 유가 반등을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EIA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미 원유재고는 3주 연속 전문가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윌 둘째 주 기준, 전문가들은 원유재고가 전주 대비 29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로는 746만 배럴 급등했다. 원유재고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위축됐다는 의미로, 유가 하락의 요인으로 적용된다. 반대로 원유재고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경우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주 미 원유재고도 전주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주 원유재고가 전주대비 약 249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416만 배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석유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예상치 못한 재고 증가가 이번 주 유가랠리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EIA가 올해 글로벌 원유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부담이다. EIA는 최근 발표한 2월분 ‘단기 에너지전망 보고서’(STEO)를 통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하루 1억 107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1월분 STEO 전망치에서 37만 8000배럴 감소한 수치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PEC도 보고서를 통해 원유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IA도 이 같은 시각에 동참하면서 올해 원유수요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소비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대비 하루 36만 5000배럴 낮춘 82만 5000배럴로 하향 조정했고 OPEC 역시 올해 글로벌 하루 평균 원유수요 증가폭을 하루 122만 배럴에서 99만 배럴로 낮췄다.

아울러 EIA는 올해에도 ‘셰일 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 원유생산량이 하루 1220만 배럴로 집계됐는데 올해의 경우 EIA는 전년대비 100만 배럴 증가한 132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일각에서는 유가의 깜짝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러한 통계는 원유 생산업자들한테는 부담으로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EIA는 브렌트유 평균가격이 올 상반기에는 배럴당 58달러 수준에 맴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에는 64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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