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펀드 시장 동향 및 EMP펀드 부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0 16:27

박제우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최근 펀드 시장의 화두는 DLF(Derivative Linked Fund, 파생결합펀드) 불완전 판매로 인한 정부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와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중단으로 인한 사모펀드 규제 움직임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일반투자자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최소 가입 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고,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보험사 판매를 제한하는 등 사모펀드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 내용을 작년 11월과 올해 2월 14일 발표했으며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창업, 성장, 회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민간 모험자본 성격으로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과 국민의 투자기회 다양화 취지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약 10년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는 2019년말 기준 수탁고(헤지펀드+PEF)가 약 478조원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이는 공모펀드 수탁고 약 242조원의 2배에 가까운 규모이다.

그러나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는 사모펀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사모펀드는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여러 문제점을 최근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일부 금융 회사의 윤리 의식 부재와 더불어 사모펀드 관련 규제 체계가 공모펀드 대비 크게 완화되어 있는데 기인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 대비 펀드 설정과 판매, 투자자 정보 제공과 관련해서 낮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특히 운용 측면에서 분산투자, 레버리지사용(금전차입, 파생상품투자) 등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이러한 사모펀드 관련 사고들이 사모펀드 활성화 기조를 유지해온 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실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많고, 대부분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일부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에 따른 특수한 사례로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모펀드 관련 여러 쟁점과 우려들은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해외투자 필요성 증대라는 대안적 현상을 낳고 있다.

관심이 증대되는 공모펀드 중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우선 들 수 있다. 이는 사모펀드에 50%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로, 공모펀드를 통한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기회 확대 취지로 2017년 5월 도입되었으며 현재 최소 투자금액 규정도 폐지되었다. 공모펀드로 증권신고서 제출과 분산투자 규제(동일펀드 투자 20%로 제한) 등이 적용되고, 공모 운용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투자펀드를 선정하기에 개별 사모펀드 직접 투자 대비 안정성이 높다. 필자가 속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올해 2월 초 설정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펀드인 ‘골든브릿지 레인보우 중소성장기업[사모투자재간접형] 펀드’도 이에 해당하며, 현재 엄선한 8개의 사모펀드로 분산 투자되어 운용 중이다.

한편, 해외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작년 한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 주식 직접거래 대금(매수+매도)이 39조원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투자처가 제한적이고 국내 대비 해외 투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해외투자 필요성 하에서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펀드 유형은 글로벌 EMP펀드와 재간접펀드(Fund of funds)를 들 수 있다.

먼저 해외 헤지펀드나 절대수익추구 공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재간접펀드는 양호한 성과와 더불어 국내 헤지펀드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 및 신뢰도 하락에 따라 최근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과거 기관, 고액자산가들만이 주로 투자할 수 있었던 유수의 검증된 글로벌 펀드에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모 운용사의 펀드 선별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과 펀드 실사(Due diligence)의 제약에 따른 재간접 투자 위험, 그리고 높은 펀드 비용(피편입펀드의 운용 보수와 성과보수) 등의 한계점을 지닌다.

필자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갈수록 커지는 중위험, 중수익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대표적인 상품으로 EMP펀드를 주목하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국내 공모 EMP펀드 설정액은 현재 약 5천억원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 미국 EMP 규모가 수백조원임을 감안 시 성장 초입 단계라 할 수 있다.

EMP의 투자 대상이 되는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Exchange" 거래소에 상장 되어 "Traded" 거래가 되는 "Fund" 펀드라는 뜻이며, 인덱스펀드와 주식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ETF는 인덱스펀드로서 매니저의 주관을 배제하고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라는 특징과 기존의 펀드는 불가능했던 거래소를 통한 실시간 장중 매매 가능이라는 큰 장점을 보유한 ‘진화된 인덱스펀드’라 할 수 있다.

증권사 계좌를 통한 매매 편의성 외에도 ETF는 펀드로서 액티브와 일반 인덱스펀드 대비 낮은 펀드보수, 소액으로도 지수에 분산투자 가능, 자산 구성내역의 일별 공개로 인한 투명성 등 많은 장점을 보유한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2020년 2월 18일 기준 미국에 상장된 ETF 수탁고는 약 5,400조원, 국내 상장 ETF 규모는 약 50조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필자가 EMP의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EMP는 안정성이 높은 펀드다. EMP의 투자 대상인 ETF는 기본적으로 공모펀드로서, 사모펀드와 다르게 많은 제약 사항 하에 설정, 상장되고 운용된다. 또한 ETF는 지수 추종 상품으로 기초지수가 주식형 지수일 경우 최소 10개 종목 이상으로 지수가 구성되어야 하기에 주식형 ETF의 경우 하나의 종목처럼 거래소에서 거래되지만, 실제로는 10개 이상의 종목을 편입한 펀드로 기본적으로 분산효과가 구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공모 EMP펀드의 경우 동일 ETF 편입 비율이 자산총액의 30% 미만으로 제한되어 여러 ETF에 투자되기에 추가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절대수익추구 전략이 롱숏, 메자닌 등의 단일 전략에서 멀티스트레티지로 나아가는 현상에서 보듯이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자산과 전략의 분산화로 인한 변동성 축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EMP펀드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제격이다.

둘째, EMP로 다양한 전략의 상품 구조가 가능하다. 이제껏 국내 EMP의 성장이 느렸던 이유는 EMP의 편입 대상인 ETF의 기초지수가 완전한 자산배분을 위해 충분하지 않았던 데에 기인한다. 그러나 2020년 1월말 기준 국내 상장 ETF는 약 451개까지 증가하며 투자 가능 지수가 크게 늘었다. 국내 지수에 기반한 337개 ETF를 보면 국내 주식 쪽의 여러 시장대표지수, 섹터, 전략, 스마트베타와 채권, 부동산, 통화 등의 다양한 기초지수 ETF가 있으며 선진국, 신흥국, 개별 국가, 미국채권, 원자재 등 해외 시장을 추종하는 ETF도 114개나 국내에 상장되어 있어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에 상장된 ETF는 약 2,150개로 글로벌 자산배분을 위한 거의 모든 기초지수의 ETF가 현재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EMP는 자산배분펀드로서 최적의 유형이다.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도록 운용되기 때문에 해당 기초지수에 대한 기대수익률대로 ETF 수익률이 따라간다는 안정성이 있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할 뿐 아니라, 국내 ETF는 매도 시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까지 주어지고 있다. 또한 유동성공급자가 있어 장중 순자산가치에 따라 원하는 수량을 매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국내외 액티브 펀드들이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내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저비용(낮은 펀드 보수)으로 순수하게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ETF를 통한 자산 배분이 부각될 것임은 이의가 없다.

EMP운용을 위해서는 ETF에 대한 분석 능력이 필수이다. 구체적으로 ETF 자체의 지수방법론과 자산구성내역에 대한 이해와 활용, 포트폴리오 구성 시 ETF간의 상관관계와 변동성 분석, 매매 시 호가 스프레드 등의 비용 최소화 및 매매타이밍 포착, 해외 ETF 편입 시 분배금 인식과 환헤지 관리 등이 중요하다. 

필자는 과거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TF팀장으로 다년간 ETF, EMP 상품 개발과 운용을 해왔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골든브릿지자산운용에서 다양한 EMP 펀드를 준비해 놓고 운용 중에 있다. 계량과 매크로 분석에 따른 위험자산 편입비 조절 및 자산배분, 수익률 상관관계가 음수인 주식, 채권, 달러 자산 등의 혼합, 회귀분석 기반의 듀얼(상대적, 절대적) 모멘텀전략 및 Core-Satellite 전략 활용한 섹터와 스마트베타 비중 조절, 그리고 대체(리츠, 인프라 등)와 하이일드채권 등의 인컴자산 투자 등이 국내외 ETF를 활용한 EMP로 모두 구현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가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다시 쌓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앞으로 자본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장서는 한편, EMP 같은 선진화된 상품을 통해 국민 재산 증식에 기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박제우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운용 경력 18년으로 키움투자자산운용 ETF팀장과 NH-아문디자산운용 AI팀장, 미래에셋자산운용 금융공학운용팀 출신으로 ETF, EMP, 헤지펀드, 퀀트액티브펀드, 구조화펀드 등의 전문가이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박제우 본부장의 합류로 액티브와 패시브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를 기반으로 주력 상품을 EMP와 절대수익추구형 위주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 ETF팀장 2년 만에 5,000억원 이상 신규 자금 유치와 70%가 넘는 수탁고 증대로 한경 펀드대상 베스트 ETF상 수상 등 탁월한 업적을 보인 박본부장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의 다양한 금융공학펀드 운용 경험과 트랙레코드를 발판 삼아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기대하고 있다.

박제우 본부장은 현재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는 우수한 인력과 팀 화합을 바탕으로 꾸준한 초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기관용 상품 위주 라인업을 갖췄으며, 올해 상반기 개인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공모펀드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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