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목표, 영업점이 정하고 평가하는 '같이 성장 평가' 시행
영업 성과 절대 평가로 바꿔 무한 내부 경쟁 방지
취임부터 핵심가치는 '고객'…고객 보호 위한 영업 문화로 변화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직원들 성과 평가 방식을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영업점간 과당 경쟁을 없애 소비자 보호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고객 중심’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가 은행권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신한은행이 은행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진옥동 행장은 올해부터 신한은행 전 영업점에서 영업점 스스로 영업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짜며 평가하는 ‘같이 성장(Value up together)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순 상품판매 중심의 정량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사후관리 여부까지 평가하는 정성 평가 방식으로 성과 평가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런 시도에 나선 것은 은행 중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기존 은행들은 본부 차원에서 자산, 순이익 등의 목표치를 세우고 영업점에 목표치를 전달한 뒤 달성하도록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전 영업점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1월 말 인사 이동 후 2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각 영업점에서 영업 목표를 세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성과를 절대 평가로 판단하는 ‘목표 달성률 평가’도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했다. 기존에는 영업점마다 주어진 목표치를 달성하더라도, 다른 영업점과 비교해 목표치 수준이 낮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상대 평가 방식으로 성과가 평가됐다. 끊임없이 목표를 높여야 하는 무한 내부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는 각 영업점에서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만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목표 달성률 평가를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며 "직원들이 목표만 달성하면 최우수 평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과 평가 방식의 변화는 진 행장에게도 실험인 셈이다. 1년 정도 시행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써는 어떤 효과와 성과를 낼 지도 판단하기 이르다. 당장 직원들은 지나친 경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각 영업점의 책임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영업점 지점장들이 직원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영업 목표와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더 꼼꼼하고 세세하게 내용을 들여다 볼 것이란 판단이다.
진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고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은행의 영업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라이빗뱅커(PB)의 KPI에서 수수료 비중을 줄이고 고객 수익률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시범 도입하며 KPI를 발빠르게 손 봤다. 지난해 8월 은행권에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도 전에 개선돼 고객 중심에 대한 진 행장의 소신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앞서 진 행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현장의 영업방향을 정하는 것은 KPI며 KPI의 키는 고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고객보호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소비자보호그룹’을 새로 만드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같이 성장 평가제도와 함께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도 은행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한은행이 자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점수가 낮은 영업점에서는 투자상품을 팔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은행에서 운영하던 기존 제도를 더욱 강화했다. 상품 판매 정지를 당한 영업점은 1개월간 펀드, 주가연계신탁(ELT) 등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으며, 직원들은 투자상품 판매 절차와 상품정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진 행장이 취임한 후 고객 중심과 고객 보호를 위한 영업 문화로 바뀌고 있다"며 "고객 중심 금융 서비스를 선도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