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임시시설에 환자를 살피는 우한 의료진(사진=AP/연합)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천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통계 수치를 일주일 만에 세 차례나 바꾸면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병원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희생 소식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민심 달래기를 통해 정권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신규 확진자 감소 추세이지만…통계 신뢰성에 의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97명과 109명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신규 확진자는 지난 17일 1886명으로 1천명대에 진입해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신규 확진자는 지난 19일 820명을 기록해 1천명 아래로 떨어졌고 20일 889명에 이어 21일까지 1000명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코로나19 통계 기준이 일주일새 세 차례나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신뢰성에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후베이성 당국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19일 확진자 수에서 임상진단 병례 환자를 재검사해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 제외한 통계 수치를 원상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일 후베이 지역의 확진자 수는 349명에서 426명이 추가돼 775명으로 수정됐다.

임상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로 확진자에 포함하는 것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치료 방안 제5판’에 후베이성만 임상진단 병례 기준을 확진 범위에 넣으면서 12일 하루에만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가 임상진단 병례를 포함해 1만5000명 가까이 급증한 바 있다. 통계상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후베이성에 임상진단 병례 기준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확산세가 변경된 기준으로 다시 커지자 19일 가장 환자가 많은 후베이성이 돌연 ‘코로나19 치료 방안 제6판’을 근거로 임상진단병례 환자 중 재검사를 거쳐 음성 판정을 받으면 통계에서 제외한다고 결정했다.

후베이성의 의도대로 19일 후베이성의 환자 수는 349명으로 급감했지만, 잇단 통계 기준 변화에 혼란을 빚으면서 여론은 악화했다. 이에 후베이성은 또다시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기존 임상진단병례 환자의 재검에 의한 확진 환자 수 조정’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비난 여론에 밀려 지난 13일 이후 일주일새 사실상 통계 수치를 세 차례나 바꾼 셈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매번 통계 수치가 바뀌어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19 통계가 수학 문제보다 훨씬 어렵다"라고 지적하며 보건 당국의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22일에도 648명으로 집계되는 등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 ‘확진자 규모 감소’ 희소식 속에 잇따르는 우한 의료진 비극


의사 리원량 사망 애도하는 홍콩 시민들(사진=연합)


이렇듯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조금씩 수그러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방역 최전선인 우한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돌보다가 감염되고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의료 물품과 인력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우한 의료진은 마스크와 방호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처음으로 알린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이어 감염 환자 치료를 해오다 사망한 우창(武昌)병원장 류즈밍(劉智明)과 간호사 류판(柳帆)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올해 59세인 류판은 우창병원이 거점 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교대 근무를 해오다가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과로로 몸이 약해진 탓으로 병세가 빠르게 악화해 확진 판정 7일 만인 지난 14일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류판의 부모와 남동생도 류판이 사망하기 직전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간호사 류판은 생전 지인에게 "방호복이 없어 마치 발가벗은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도 감염이 됐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우창병원 의료진 900여명을 이끌며 최전선에서 분투하던 류즈밍 원장도 중국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누리꾼들은 류즈밍 우창병원 원장이 숨지기 전 아내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하며 나눈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유하며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류즈밍 원장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병원에서 비상 근무하며 한 번도 귀가하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에도 병원에 머물렀으며, 우한 시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 아내 차이리핑과 가끔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당시 부부간 대화 내용을 보면 차이리핑은 남편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직접 간호하러 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류즈밍 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류즈밍 원장은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끝까지 아내를 걱정해 간호를 거절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아울러 20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핑(王萍) 우한제8병원 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태상태에 빠져 우한의 진인탄(金銀潭)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병원 측은 치료를 위해 긴급히 인터넷에 도움을 청해 완치 환자의 혈장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은 의심환자까지 포함하면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위건위 전문가팀에 속한 의사 장룽멍(蔣榮猛)은 대부분은 1월 30일 전에 감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후베이성 바깥 지역에서 투입된 민군 의료진 중에서는 아직 이 병에 걸린 이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후베이성 의료진이 사태 초기 방호복은 커녕 마스크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폭증하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철저한 방호 조치를 하면 의료진이 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의료진의 희생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직접 나서 의료진 보호에 최선을 다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그는 "의료진은 질병과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량으로서 그들에 대한 보호를 반드시 고도로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저지전의 전선에서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를 하고 환자들을 돌보라고 현지 의료진들을 독려한 바 있다.


◇ 민심 의식한 中…경제 정상화 속도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P/연합)


이 가운데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의 중대 고비를 어느 정도 넘겼다고 판단하면서 침체된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4.05%로 0.10% 포인트 인하했다. 5년 만기 LPR도 4.75%로 기존보다 0.05% 포인트 내렸다. 인민은행의 이달 금리 인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당초 중국 안팎에서는 올해 중국 경제가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등에 힘입어 작년의 6.1%와 유사한 6.0%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상의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일각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미뤄두었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MOT)는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공작 회의에서 교통 부문의 투자와 주요 프로젝트의 작업 재개를 독려해 올해 투자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올해 도로와 수로 건설 등 교통망 사업에 1조 800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1단계 고정자산 투자에는 419억위안의 농촌 도로 건설과 71억 4000만위안의 항만 건설이 포함돼 있다. MOT는 국가개발 전략에 따라 마련된 건설 사업들을 조기에 완성하고 올해 2단계 투자 계획도 가능한 빨리 공개할 것이라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발원지인 후베이성 지방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업무 및 생활 필수 서비스와 관련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 오는 3월 10일까지 업무 재개에 나설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일정 시기까지 일반 기업의 운영 재개 금지를 명령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봤을 때 현지 당국이 3월 10일 이후에는 기업 운영 재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경제 정상화를 위해 지방 정부들이 ‘농민공 복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저장(浙江)성, 장쑤(江蘇)성 등 중국 동부의 경제 중심을 이루는 지역 정부들은 농민공을 특별 교통편으로 데려오고, 조기 복귀한 농민공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MOT에 따르면 총 3억 명으로 추산되는 농민공 중 3분의 2가 넘는 2억 명 이상의 농민공이 2월 중순까지 생산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기업차원에서는 중국 당국이 기업의 사회 보험료 면제에 이어 2월 의료보험료를 감면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에 따르면 현재 전국 18개 성과 3개 계획 경제 시행 도시에서 사회보험료와 의료보험료 감면 정책을 시행 중이다. 사회보험료의 경우 기업의 규모에 따라 2∼6월 감면 정책이 시행되며, 의료보험은 2월 한 달만 적용된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로 삼은 '바오류(保六·6%대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5.6%로 하향했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IMF가 지난달 월간보고서에서 전망한 6.0%보다 0.4%포인트 낮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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