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창의력이 장벽을 넘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4 08:26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AI와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꿔간다. 대변혁의 시작이다. 10년 아니 5년 앞도 섣불리 전망할 수 없음은 물론, 이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대가 이미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전에 갖고 있던 산업에 대한 정의, 접근방식과 가치로는 더 이상 세상을 재단할 수도 규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기존 프레임과 틀에 갇혀서는 다가온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이유다. 산적한 과제와 어려운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솔루션, 바로 창의력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직업선택의 가치관을 바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알던 대부분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직업의 운동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공부 잘하고, 성실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았다. 창의력보다 성실함이 더 중요한 가치였던 탓이다. 그러나 점차 달라지고 있다. 쌓아 온 지식으로 살아가던 시대가 저물고, 전문 기술자 조차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 간다. 세상을 바꿔 나가는 미래의 인재. 교육전문가 대다수가 창의력을 최우선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은 비판력, 상상력, 사고력을 모두 요구하는 융합적인 능력이다. 창의적 태도가 폭 넓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융합적인 사고를 통해 가치 있는 해답도 찾게 된다. 틀에 갇혀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디서 올까. 바로 사고의 틀을 깨는 훈련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노력이 모아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창의에는 혁신이 따라붙는다.

제조업 못지 않게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분야가 광고업계다.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가치를 광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광고업 종사자들이 지향하는 제1의 가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다. 바로 창의다. 광고인들의 함축적인 언어(카피)와 통합적인 표현(비주얼)이 크레에이티브로 표출된다. 인쇄광고, 영상광고 등 광고형태는 다르지만 제약된 시간과 공간에서 광고주와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창의가 돋보이는 몇몇 광고 카피 사례다.‘Unlike Any other ;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메르세데스 벤츠>,‘침대는 과학입니다’<에이스침대>. 해당 제품의 핵심콘셉트가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점에서 제품자체의 창의적 혁신도 중요하지만, 광고의 창의적 크리에이티브도 제품성공을 이끄는 견인차다.

최근 KAIST 연구는 빅데이터로부터 창의성을 직접 계산해 낸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문화, 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클래식 음악가들의 창작물 창의성과 혁신성을 계산, 음악 발전에 베토벤이 끼친 영향력을 수치적으로 규명했다. 후기 낭만파 음악의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한 대표적 예술가라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창작 콘텐츠의 우수성을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AI와 빅데이터도 결국 인간의 창의력에서 시작된다.

벽이 높으면 넘기 힘들다. 그럼에도 유무형의 장벽을 부수는 건 창의력이 다. 지난 10일 (현지 9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등극했다. 101년 국내 영화사는 물론 92년의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다. 가장 한국적인 디테일이 전세계에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큰 사건이다. 봉 감독의 말대로 ‘1인치의 장벽’과 ‘언어의 장벽’을 창의력으로 넘었다. 결국 감독과 배우들의 굴하지 않은 도전과 땀이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우리 앞에 놓인 4차혁명의 도전이 험난한 장벽이지만, 이를 극복해 내는 것은 자유로운 상상과 굳은 의지로 결합된 창의력이다. 그래야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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