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격리하고·입경 장벽 높이고…한국인에 문 잠그는 세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6 02:00

▲인천국제공항에서 홍콩발 항공편 승객들이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저마다 한국발 항공편 승객의 입국 제한이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빗장을 걸어 악화일로의 코로나19 사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현황

입국 금지: 13개국
미주 사모아(미국령)
중동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쿠웨이트
아시아·태평양 홍콩, 마이크로네시아, 나우루, 사모아, 솔로몬 제도, 키리바시, 투발루
아프리카 모리셔스
입국 제한(검역 강화, 일정 기간 격리): 12개국
유럽 영국
중동 오만, 카타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아시아·태평양 싱가포르, 태국, 마카오, 베트남, 대만
아프리카 우간다
2월 25일 오후 10시 기준. 자료=외교부

◇ 입국 금지·제한 속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8만 224명이다. 우리나라는 977명이다. 이는 지구촌 전체 인구의 1.2%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제는 확진자 규모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데다 최근 들어 국내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전 세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확진자는 일주일 새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51명에 불과했던 국내 확진자는 20일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고(104명), 21일 204명, 22일 433명, 23일 602명, 24일 833명으로 5일간 하루 평균 175명씩 폭증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조치를 강화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외교부에 의하면 25일 오후 10시 현재 세계 13개 국가가 우리나라 여행객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중이다. 오세아니아의 솔로몬 제도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감염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미국령 사모아, 키리바시 등이 문을 닫았다. 홍콩,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쿠웨이트 등도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켰다.

입국 시 검역을 강화하거나 필요 시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도 늘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대만, 마카오가 대표적이다. 특히 마카오의 경우 최근 14일 내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별도 지정 장소에서 6∼8시간 소요되는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오만, 카타르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 일부 국가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의학적 관찰이나 자가 격리를 시행중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9일 이후 한국 정부의 특별관리지역(대구·경북)을 거쳐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발생 현황(25일 오후 4시 기준). 사진=질병관리본부



◇ 미국도 "한국행 자제"


한국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지 이틀만이다. 특히 미 CDC의 여행 경보는 세계 각국도 많이 참고하는 지표로, 다른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상향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외무성은 대구·경북 청도군에 대한 감염증 위험 정보를 ‘레벨2’로 상향하고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이는 중국 전역에 적용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대만은 한국에 대한 국외 여행지 전염병 등급을 가장 높은 ‘3단계’로 격상,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호주는 대구·청도에 대한 여행 경보를 두 번째로 높은 3단계로 올렸다. 대구·청도를 제외한 한국 전역에 대한 경보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도 호주와 같이 대구·청도 3단계, 한국 전역 2단계를 적용했다.

프랑스 역시 한국 여행 경보 등급을 두 번째로 높은 ‘3단계’로 격상하고, 한국 여행은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폴란드는 한국을 ‘특별 주의’(4단계 중 2단계) 국가로 분류했으며, 주한폴란드대사관은 한국 여행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밖에 독일, 이틸리아, 이스라엘, 바레인,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도 한국이나 대구·청도 지역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 예고 없는 조치에 韓 여행객 불편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예고도 없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자의적인 본국 송환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불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신혼 여행지로 유명한 아프리카의 섬 나라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은 일부 인원이 발열 등 감기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입국이 보류돼 격리됐다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입국 자체가 금지되면서 25일 전원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는 25일부터 국적을 불문하고 웨이하이로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 격리한 뒤 14일 후에 귀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웨이하이 공항에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이 전원 격리 조치됐는데, 격리된 이들 중에는 한국인 19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전원 강제 격리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측은 이와 관련 한국 측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은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한국 국민 53명을 갑작스럽게 현지 공항에 격리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요르단 정부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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