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정부가 원전·석탄화력 지으라고 하더니...이제와 회사에 덤터기

탈원전 시작한 2017년 대비 주가 폭락, 수주절벽

공기업이 전신, 사업 특성상 정부 정책 영향 많은 탓에 속앓이만


[에너지경제신문=전지성 기자] 최근 정부와 여권에서 두산중공업의 대량 명예퇴직이 탈원전 정책이 아닌 경영진의 실책으로 단정하고 있다. 원전 건설은 기존 국가 에너지계획에 포함된 사항이었는데도 말이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사업은 2008년에 이미 국가에너지 정책에 의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14년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계속 유지됐고, 2017년 2월에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적법하게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두산중공업 측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전 기자재 사업이라는 업종 특성상 정부의 에너지정책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전신이 공기업이었던 탓에 정책기조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힘든 구조다.

그러는 사이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에 비해 70%나 폭락했다. 이 회사의 수주잔액은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까지 17조원대에 달했지만 2018년 15조7014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3조9056억원까지 급감했다. 공장가동률도 반 토막이 났다. 원전 부문 공장가동률은 2017년 100%였지만 2018년 82%, 지난해 5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산업부는 "두중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세계 발전시장 침체, 특히 석탄화력 발주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두중의 명퇴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두산중공업 대량 명예퇴직 사태를 두고 "경영진 오판"이라며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경영진이 ‘화석연료·핵에너지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산업부의 해명은 물론 이번 논평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은 한국중공업이었던 데다 발전사업 특성상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에도 두산중공업이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은 사업의 특성상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4차, 5차 전력수급계획 때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많이 건설하라고 해서 그대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제와서 에너지정책 기조를 바꾼 뒤 경영진의 무능과 오판이라며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두산에서 원자력 매출은 총 매출의 20% 정도이지만 순이익은 원자력 분야가 절반 이상"이라며 "해외석탄은 매출액은 크지만 수익은 커녕 손해까지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가 원전·석탄화력 지으라고 하더니 이제와 ‘덤터기’

탈원전 정책 3년 동안 이 회사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유일하게 언급한 인물은 지난해 퇴사한 김성원 전 부사장이다. 그 또한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정부의 정책을 막지 못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는 플랜트 부문장이었다. 소속 직원은 3000여명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자 거의 매일 다섯명꼴로 직원 사표를 받아야 했다"며 "산자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를 백방으로 접촉했지만 다들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을 일개 회사가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정책의 희생양인 셈이다. 

그는 또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연도별로 전기 수요와 공급 등을 어떻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는 법정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이었고, 신한울 3·4호기는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23%나 진행된 ‘신고리 5·6호기’를 건드리고 신규 원전 계획까지 백지화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사세가 기운 이유가 경영진의 오판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정면 배치된다.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원전 계획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백지화 한 뒤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두산중공업은 1962년 현대양행으로 설립된 뒤 1980년 한국중공업이라는 공기업이 됐다. 그러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민영화가 결정돼 두산그룹에 매각, 2000년 12월 인수하면서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2009년 말 대한민국이 수주한 UAE 원전 프로젝트를 비롯해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자재를 수주해 제작해 왔다. 한국 원자력산업의 발전과 함께 2007년 11월 19만1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17년 말 약 1만5000원, 2020년 2월 현재 5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미국도 잃어버린 원전기술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고, 원전의 원조인 영국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효율이 높고 깨끗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산업으로 함께 지원·육성하면 심각한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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