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의 눈] 거꾸로 가는 집단에너지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27 13:03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북유럽과 같이 난방을 집중적으로 필요로 하는 국가에서 발달한 에너지 공급시스템이 바로 집단에너지 사업이다. 이는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복수의 에너지(주로 열과 전기)를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공급해주는 시스템이다.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난방과 공업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공업단지 열병합발전이 있다.

일 년 내내 눈과 얼음을 볼 수 있는, 마치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 공주의 고향일 듯싶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이 집단에너지사업이 발전해 왔다.

위도 38° 이남 지역에서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세계 유일한 국가이자,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요즘 집단에너지사업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지정제 확대를 둘러싼 논란과 정부 당국이 자초한 거꾸로 가는 정책 때문이다.

지역지정제는 택지개발지구 등에서 정부가 지역난방을 공급하도록 특정지역을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장 자율원칙에 어긋나 집단에너지사업을 채택한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북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운영하지 않는 제도다.

우리 정부도 2016년 지역지정 기준을 주택건설호수 5000호에서 1만호로 확대했다.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1만호 미만 주택단지는 열원 간 경쟁촉진 및 소비자의 열원 선택권 강화 측면에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발표한 제5차 집단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지역지정 범위를 축소해 오히려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15Gcal/h 이상의 열부하를 가진 개발사업지역 인근 1㎞ 이내에 주 열수송관이 있는 경우’에도 지역지정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지역지정제 규정 개정취지와 정반대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역난방 시장에서 사업여건이 우수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거의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다. 2018년 기준 국내 지역난방 열원 구성은 지역난방공사가 약 1485만Gcal에 달하는 반면, GS파워를 비롯한 7개 민간사업자가 공급한 열원은 약 491만Gcal 수준에 그친다. 소규모 지역난방 사업은 확대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지역지정제 확대가 특정 공기업에 특혜가 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백년대계가 필요한 에너지정책이다. 에너지 분야만큼은 조변석계의 어리석음을 행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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