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兆 채권·증시안정펀드 투입..."마무리투수 역할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4 16:57

"정부 발빠른 조치 긍정적...초기 15조원 필요"
"한은, 일본은행 ETF 매입 등 참고해야...플랜B 필수"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7.51포인트(8.60%) 오른 1,609.97로 마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64포인트(8.26%) 급등한 480.40으로 종료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총 48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매수세를 강화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 대책을 넘어선 ‘플랜 B’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회사채시장은 물론이고 우량 기업어음(CP)와 금융채를 매입할 방침이다. 증권시장안정펀드는 5대 금융지주와 주요 금융사들이 자금을 출자해 개별 주식이 아닌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최근 크레딧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초 예상치보다 큰 규모의 대책안을 발빠르게 내놨다고 호평했다. 실제 정부는 이달 17일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시행하겠다고 처음 발표한 이후 이달 19일 이를 거듭 확인했고 24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가동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사후 수습이 강했다면, 이번 펀드의 경우 ‘사전 예방’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투자심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시장을 대신해 크레딧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투자심리 회복과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며 "이번에도 적극적인 시장 안정 정책을 통해 기업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극단적인 신용경색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채권시장안정기금, 채권시장안정펀드 주요 내용.(자료=KB증권)


특히 전문가들은 크레딧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총 20조원을 풀겠다고 발표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10조원을 즉시 가동하고, 추가로 10조원을 신속하게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K증권에 따르면 2020년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금융채 제외)와 CP, 전단채(일반)는 총 116조원 규모다. 이 중 회사채 A+ 이상, CP A20 이상 등 높은 등급의 물량들이 무사히 상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총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43조원 수준이다. 이 중 6월 이전까지 돌아오는 물량은 회사채 2조5000억원, CP/전단채 25조8000억원이다. 보수적으로 50%가 상환이 안되는 경우를 가정해도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대략 15조원 이상은 돼야 시장은 안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날 정부가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이같은 수치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크레딧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카드이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조성하는 증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해서는 국내 시가총액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조7000억원만으로는 실제 외국인의 순매도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현재 대책안에 안주하지 않고 추가 대책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들어겠다고 발표한 사례나 일본은행(BOJ)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을 적극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한국은행법상 한국은행이 정부보증 없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차후 플랜 B를 대비하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동했던 통화정책만으로는 코로나19로 하얗게 질려버린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채매입 등 한국은행이 아직 발표하지 않은 대책들을 적극 가동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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