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도시공원 일몰제’ 따른 시민 피해 줄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5 10:56

박상현 감정평가사 겸 행정사


박상현 감정평가사 겸 행정사

▲박상현 감정평가사 겸 행정사

우리나라에서 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자연공원법’에서 크게 도시공원과 자연공원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도시 거주자라면 주변에서 도시공원을 흔히 볼 수 있다. 도시공원은 크게 생활권 공원과 주제 공원으로 나뉜다. 생활권 공원은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등을 의미하고, 주제 공원은 역사공원, 수변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 등 주제가 있는 공원을 지칭한다. 이들 공원은 거주지 주변에서 도보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접근성이 뛰어난 공원들이다.

문제는 이들 도시공원이 다가오는 7월 1일이면,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원과 녹지를 도시 기반 시설이라고 하는데, 이는 협의의 공원·녹지 개념으로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도시 계획 시설’이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도시 계획 시설은 말 그대로 도시의 기반 시설이 되는 도로, 시장, 공원, 학교 부지 등을 말한다.

그러나 도시 계획 시설로 결정될 경우 그 땅은 국가에서 사용할 땅이기 때문에 수용과 보상을 전제로 한다. 소유자가 건축 등 개발 행위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국가 등이 도시 계획 시설로 장기간 묶어두고 수용도 안하고 개발도 안하면 토지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를 못해 매우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장기 미집행 시설’로 분류되는데,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 장기 미집행 시설을 방치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2000년 7월 ‘도시계획법’이 개정됐고, 해당 법률에 따라 20년간 도시 계획 시설을 지정해놓고 장기 미집행 시설로 방치할 경우 도시 계획 시설에서 풀어주는 제도가 도입되게 됐다.

특히 도시공원의 경우 그 중 규모가 워낙 크다. 일몰제의 대상이 되는 도시공원은 전국에 1766개소, 면적만 363.6㎢에 이른다.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도시공원 문제가 일몰제를 앞두고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년간 도시공원 조성이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원 조성 업무는 기본적으로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방 정부의 업무다. 지방 정부 입장에서 공원은 굳이 큰 돈을 들여 조성할 필요 없이 여전히 공원으로서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천문학적인 보상비용도 문제다. 서울시에서만 최소 16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추정할 정도다

상황이 이쯤 되니 토지보상비를 아끼기 위해, 이른바 ‘헐값 보상’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들이 보상 평가 실무를 할 때 따르고 있는 ‘토지보상 평가 지침’ 24조 2항에서는 도시공원은 "제한을 받지 않는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토지라 할지라도 공원 지정으로 인한 제한 사항은 반영하지 않고 공원이 지정되지 않은 정상적인 상태로 평가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 매우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공원 부지 내에 땅을 가진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으로 민간 특례 사업으로 진행하는 공원 부지 수용의 경우 특례 대상이 되는 사기업의 이윤 추구에 토지를 뺏기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도 들 수 있다. 공원 부지로 묶여 오랜 기간 개발이나 이용에 제한을 받았는데 보상이라도 침해된 재산권을 보전할 정도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은 정당한 것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한 토지보상이 헌법 제23조 3항에서 보장한 ‘정당한 보상’ 수준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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