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닻 올린 손태승...당면 과제는 '우리금융 민영화-M&A'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5 16:46

손 회장 3년간 연임 확정...'이사회-노조' 강력 지지
임기 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강화 →주가 부양
예보 공적자금 회수 시나리오 완성 과제
'DLF 사태' 인허가 열쇠 쥔 금감원과 대립각 부담
'코로나19' M&A 시장 꽁꽁...'오히려 기회' 반론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 등 온갖 난관을 딛고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눈 앞에 놓인 다양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손 회장은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를 끌어올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민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손 회장이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한 중징계 조치로 금융당국과 계속해서 긴장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보험, 증권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 인수합병(M&A)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손 회장, '2기 체제' 닻 올렸다...'금융지주 회장' 역할 집중

우리금융지주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로 3년이다.

손 회장의 연임안 통과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IMM PE, 푸본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과점주주로 구성된 이사회(지분율 24.58%)와 우리사주(6.42%)가 이미 손 회장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 역시 이사회의 결정을 지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표를 던졌지만 지분율 7.71%로 연임안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손 회장은 이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DLF 사태 관련 중징계 결정에도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은 물론 연임도 제한되나, 서울행정법원이 이달 20일 손 회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 효력을 정지한 점도 연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금융 내부 상황만 보면 1년 전과 비교해 손 회장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손 회장은 작년 2월 우리금융지주 공식 출범 이후 1년 동안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면서 그야말로 눈 코 뜰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전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공식 선임되면서 손 회장 역시 주요 금융지주사처럼 온전히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우리금융지주 주가, 재상장후 반토막...최대 숙원 '완전민영화' 언제

▲지난해 2월 코스피시장에 재상장된 우리금융지주 주가 추이.


다만 손 회장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주가부양, 인수합병(M&A) 등 손 회장의 단순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특히 손 회장 입장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과제는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숙원인 ‘완전 민영화’를 이루는 일이다.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를 목표로 설립된 이후 전 정부 측근에 대한 특혜 논란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민영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작년 6월 예금보험공사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우리금융 지분 17%를 매각해 완전 민영화가 지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면서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현재 7400원대로 유가증권시장 재상장일인 지난해 2월 13일(1만5300원) 대비 50% 넘게 급락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해 공적자금 원금 100%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힌 주가는 1만38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이 공적자금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예금보험공사가 감내할 수 있는 주가 마지노선은 1만3000원 초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해 손 회장이 임기 내 우리금융 주가를 약 75% 넘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금보험공사가 현재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은 낮지만, 주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손 회장과 예금보험공사가 짊어져야 하는 심적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주가 하락을 명분삼아서 보유지분 매각을 늦출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는 더 큰 난관에 빠질 수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검토할 정도의 매력적인 수준이 아닌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과 대립각속 '4대 금융지주' 걸맞는 포트폴리오 구축 시급

손 회장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비은행부문 M&A를 통해 ‘4대 금융지주’에 걸맞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경쟁사가 일찌감치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플러스 알파’를 채우기 위해 고심하는 것과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믿을 만한 계열사는 ‘증권사’로 보고 수 년 전부터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KB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대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해 국내 4대 금융지주 계열사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이라는 신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역시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물적 요건을 갖춘 상태다.

▲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


그러나 손 회장 입장에서 당장 비은행부문 M&A를 단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만큼 우리금융이 원하는 중형급 증권사와 알짜 보험사 매물이 쉽게 M&A 시장에 나올지도 미지수다. 또 코로나19로 회사채 등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우리금융이 M&A로 큰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면 몰라도 한 푼의 현금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형 M&A를 통해 현금을 지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손 회장이 DLF 사태를 두고 금감원과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M&A를 단행한다고 해도 금감원이 쉽게 인허가 결정을 내려줄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결정에 불복해 이번주 중 서울고등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이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주총에서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일 인용한다고 해도 소급 적용 시기와 관련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감원의 이번 항고장 제출은 단순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손 회장이 DLF 중징계에 불복해 반기를 드는 것 자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해당 사안을 우리금융에만 국한해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국내 기업들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알짜 매물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주사 출범 이후 실탄을 탄탄하게 구축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가격적 부담을 덜고 보다 공격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이 모든 사안들을 우리금융에만 한정해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손 회장이 비은행부문 M&A 등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다면 주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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