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무엇이 마스크 대란의 원초적 오류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6 17:21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교수님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제조업 강국이다. 마스크 생산 능력에 한정한다고 해도 국내 제조업체는 150개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마스크 생산 강국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가 속한 품목(HS)코드 ‘6307.90-9000’의 2월 수출액은 1억5809만1651달러(약 1900억원)에 달한다. 대략 월간 3억개, 일일 1000만개를 수출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중에선 보건용 마스크 대란으로 새벽시간부터 마트 앞에 수백m의 줄이 이어졌고, 일부에선 확진자가 무리에 끼어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일도 생겨났다. 급기야 배급제 가까운 5부제가 이뤄지고 있고 그것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정책 당국의 능력 부재의 소치다. 그러면 무엇이 마스크 대란의 원초적 오류인가?

마스크 대란의 단초는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지침 어디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게 없다. 그런데 이 예방지침에 근거해서 정부가 정책을 세우지 않고 우리 국민들이 과도하게 마스크에 의존하게끔, 마스크가 없으면 모든 예방이 안 되는 것처럼 극도의 불안을 갖게끔 만들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마스크를 찾는 시민들의 마음은 초조한데 정부의 마스크 권장 가이드라인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1월 29일 식약처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등급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월 4일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제약이 있다. 수술·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1월 28일부터 "사용이 불편한 KF94보다 KF80을 쭉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권하고 있다. 2월 6일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KF80을 착용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통합 입장을 밝혔다. 1월 29일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며 재사용은 금한다"고 밝혔던 식약처(이의경 식약처장)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새로 교체할 마스크가 없으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면 문제 해결의 열쇠는 무엇인가? 기본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설득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공영 방송을 통해서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

진실 전달의 첫 열쇠는 마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실체적 진실이다. 마스크는 미세입자용 마스크, 의료용 마스크, 방한용 마스크 등이 있다. KF80과 KF94는 마스크의 정화 능력을 나타낸다. KF80은 0.6㎛ 크기 미세 입자를 80% 걸러내는 걸 뜻한다. 바꾸어 말하면 20%는 걸러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KF94는 0.4㎛ 입자를 94% 걸러내 KF80보다 차단 효과가 크지만 일상생활을 하기엔 갑갑하고 불편하다. 보건용 N95 마스크는 에어로졸을 포함하는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0.3㎛ 미세입자를 95% 이상에서 필터링하는 효과가 있다. 방한용 마스크는 천으로 된 세탁 가능한 마스크로 적절한 사용방법으로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감염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마스크 성능 평가 결과 수제 면 마스크도 정전기 필터를 장착하면 KF80 보건용 마스크만큼 비말(침) 입자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마스크는 191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감기, 즉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였을 때부터 사용됐다. 이는 마스크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발상이지만, 찬 공기를 직접 들이마신 결과 비강이나 구강 내의 저항력이 약해져서 감기에 잘 걸리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바이러스나 세균은 거즈를 통과해 다수가 코나 입을 통해 몸 밖으로 비산하거나, 반대로 침입하므로, 본질적인 예방법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의 전가보도인양 국민들을 오도한 책임은 정부당국에 있다.

둘째는 마스크 KF80과 KF94를 권장하기에 앞서 코로나19 감염 메커니즘을 밝혀야 한다. 코로나19의 주요 전파 경로는 직접전파, 접촉전파, 에어로졸전파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 비말 감염은 침, 콧물 등 환자가 직접적으로 내뱉은 물방울에 섞인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직접전파와 접촉전파 모두 비말 감염에 해당한다. 감염자가 뿜은 비말이 직접 다른 사람의 눈이나 코에 튀어 감염되면 직접전파, 비말을 손으로 만진 뒤 오염된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져서 감염되면 접촉전파로 분류된다. 이중 에어로졸 전파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μm 이하의 아주 작은 수분 입자인 에어로졸 속에서 공기를 타고 확산되는 것이다. 즉 공기 중 감염과 같은 의미다. 아직 한국의 중수본의 입장은 비말감염만을 코로나19 감염 원인으로 인정한다. 통상 비말은 2m 반경 내로 분사되기 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코로나19 예방법에서 손 씻기가 강조된다. 또한 에어로졸 감염이 아니기 때문에 KF80로도 충분하다고 권장한다. 반면 중국 정부는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일체의 사회 활동 관련 모임을 취소하라고까지 한다. 에어로졸은 비말보다 작고 가벼워서 분사되는 범위가 더 넓다. 바이러스가 더 멀리 퍼질 수 있다. 문을 닫고 난방을 가동한 버스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4.5m 떨어진 승객이 감염되는 사례가 중국에서 보고됐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이 최소 30분 동안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셋째 마스크의 재사용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다. 의료용 마스크는 대부분 MB필터는 정전기 방식으로 먼지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장시간 착용하면 입김이 나오면서 정전기 발생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MB필터로 만든 마스크는 3시간 정도만 쓸 수 있다. 즉 일회용이다. 반면 나노필터는 100 나노미터 급 섬유를 정밀하고 균일하게 짠 나노섬유 구조망인 나노 멤브레인이다. 그물을 아주 작고 촘촘하게 만든 구조라 습기 문제에도 자유로워 나노필터 마스크는 보통 2~3일, 잘 관리한다면 최대 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기존 MB필터의 가격은 톤당 1만5000원 선이고 나노필터는 약 3만5000원선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절대적으로 가격 때문에 많은 마스크 제조업체가 중국산 MB필터를 채용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후 MB필터가 품절에 이어 가격이 톤당 7만원에서 8만원까지 올랐다. 그래서 나노필터가 대안으로 제기됐다. 다만 나노필터를 사용하는 데는 식약청의 인증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루에 나노원단 30만㎡이면 마스크 1000만장 넘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 불안, 마스크 제작단계부터 실마리를 풀면 된다.

어리석은 축구 선수는 공만 쫓다가 제풀에 지친다. 인류 축구 선수라면 시스템 축구를 한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중수본도 코로나19 확진자만 쫓아서 방역을 하지 말고 시스템 방역을 해야 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블록체인, 인공지능 전문가, 시스템 공학 전문가가 참여하는 4차 산업혁명 기법을 총동원한 범정부 기구를 작동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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