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요쇼크에 대비해야"…국제유가 '추가하락' 촉매제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3.27 14:37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국제유가가 4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수요가 큰 충격을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7%(1.89달러) 급락한 2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3.83%(1.05달러) 내린 26.3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가 급락세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략 비축유 구매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 상원을 통과한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에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탓이다.

미 에너지부의 셰일린 하인즈 대변인은 "후속 법안에서 원유 구매를 위한 예산이 반영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의회가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예산지원을 위해 협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사태와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으로 배럴당 20달러 선에서 맴돌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유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기자회견에서 "에너지부 장관에게 매우 좋은 가격에 미국의 전략 비축유를 대량으로 매입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으로 (비축유를)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국제유가가 폭락한 만큼 저가매수에 나서겠다는 의지와 함께 적극적인 원유 매입을 통해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비축유 매입 방침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폭등세를 보이면서 당시 장중 8%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전략비축유 매입이 무산되자 유가를 지지해왔던 버팀목이 무너진 셈이다. 전략비축유는 미국 내 원유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치면서 26일 WTI의 낙폭이 브렌트유보다 더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즈호은행 밥 야거 선물시장 책임은 "전략비축유라는 요소는 전적으로 자국내 이슈로 적용됐으며 그동안 원유시장에 계속 스며들고 있었다"며 "(전략비축유 매입이) 확실히 일어날 것이란 가정은 유가를 어느 정도 지원하는 버팀목이었지만 하루 밤 사이에 모든 게 증발했다"고 설명했다.


◇ 잇따르는 비관적인 원유수요 전망…"산유량 줄여도 잉여공급 발생"

▲지난 3개월간 WTI(국제유가) 가격 추이.


그러나 문제는 향후 원유수요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매입이 무산된 상황 속에 사우디와 러시아의 신경전이 화해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과잉공급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원유수요가 이번 달에만 하루 1050만 배럴 하락하는데 이어 4월에는 최대 1870만 배럴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하루 약 425만 배럴의 원유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내려지는 봉쇄조치, 통행제한 등으로 글로벌 원유수요가 하루 최대 2000만 배럴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도 "글로벌 원유수요가 20% 이상 빠진 상황에 원유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노력조차 시도하기 위해선 사우디 두배 수준의 원유생산량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향후 어느 정도 규모의 감산에 합의를 하더라도 위축된 수요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고립화 조치로 인해 원유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이정도 규모의 수요 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향후 감산 합의 가능성을 포함 어떤 공급 관련 희소식도 압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ING은행의 전략가들은 "원유수요의 감소세를 관찰한 결과 사우디가 원유생산의 자제를 보인다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잉여공급량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에 공급량을 줄이는 행동들이 나와도 이는 유가를 끌어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몇 주 이내 원유시장에서 매도세가 더욱 급격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말까지 일어날 유가 반등 역시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한 배럴당 40달러로 회복하는 것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올 한해 WTI 평균가격이 배럴당 28달러 선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 G20, 원유소비 회복시키는 구원투수로 나설까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한편, 원유시장 트레이더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유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공포감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대응을 위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관심을 돌렸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6일 오후 9시 개최된 화상회의에서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여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며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정책, 경제 조치 등 5조달러 이상을 세계 경제에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공동 대응을 위해 창설됐는데 G20이 2008년 위기극복에 기여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실제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27일 한국시간 오후 2시 35분 기준 5월 인도분 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1.77%(0.40달러) 오른 2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투자노트를 통해 "원유 수요와 관련,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지만 현재 집계한 GPS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도시에서 교통체증이 약 82% 감소한 상황이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에서 원유소비가 살아나야 글로벌 원유 수요의 회복세를 견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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