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미국, 중국-이탈리아 제치고 감염자수 세계 1위 '오명'

'최대 치적' 美경제도 흔들...2분기 최대 25% 역성장 전망도

트럼프, 코로나19 평가절하..."우리가 잘했다" 자화자찬 급급

폴리티코 "경제 밀어붙이기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악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면서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올해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코로나19에도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에 급급하며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은 올해 2월 5일 상원의 부결로 종지부를 찍은 탄핵 국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미 코로나19 확진자 10만명 넘어서...사망자 1600명 육박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27일 오후 5시 11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를 10만717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는 1554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전날 중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 10만명 선도 넘었다.
   
미국의 환자 수는 이탈리아(8만6498명)나 중국(8만1897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9일 1만명을 넘긴 뒤 21일 2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22일 3만명, 23일 4만명, 24일 5만명, 25일 6만명, 26일 8만명 등으로 증가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1월 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뒤 1만명이 될 때까지는 약 두 달이 소요됐지만 1만명에서 10만명으로 불어나는 데는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 트럼프 '자화자찬' 무색...심각성 평가절하 '도마위'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지역 사회 전파가 상당 부분 진전돼 있었음에도 검사 키트 부족, 안이한 대처 등으로 미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이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단행한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 등을 내세워 미국이 적기 대응으로 '더 큰 확산'을 막았다고 자평해왔다. 며칠 전부터는 검사 규모가 초기보다 많이 늘어난 점을 내세워 한국과 비교하며 "우리가 검사를 더 많이 했다", "세계 최고의 검사"라며 연일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미국의 환자가 중국을 넘어섰다는 질문에 "이는 우리의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검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검사가 늘어 환자가 늘었다고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검사 수 급증이 환자 수 급증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세계 1위'라는 오명으로 인해 대응을 잘 해왔다는 자화자찬은 일단 무색하게 됐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계속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한동안 사태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는 등 '골든 타임'을 놓친 채 실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여왔다. 대응 기조를 둘러싼 내부 균열과 초기 검사 부족 사태 등 행정 부내 총체적 난맥상도 여러 차례 노출된 바 있다.
그는 1월 말에만 해도 재선 유세에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독감 환자 흉내를 내며 미국 내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낮잡아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 지역도 전역으로 확산하자 태도가 급변, 백악관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지만,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최대 치적' 경제 상황도 '흔들'...2분기 25% 역성장 관측도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꼽아온 경제 상황도 바닥부터 송두리째 흔들리며 대공황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쓰나미'로 비견되는 실업 대란도 현실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국의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정식 발효했지만, 폭증하는 확진자 수를 진압하지 않는 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경제 충격 대란을 진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전일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25%로, 1분기 성장률은 종전 -4%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5%가량 역성장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JP모건은 1주일여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와 관련해 "외출 자제 명령이 확산되면서 경제활동 위축 범위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일부 소득 손실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충격파가 계속될 경우 재선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이번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회복에 대한 조급증으로 '과욕'을 부릴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가속,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행정부 및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감지되는 등 논란을 낳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이날 환자 발생 '1위 국가'로 내몰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드라이브를 두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는 반대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 폴리티코 "트럼프 밀어붙이기, 캠프 주변인사도 불안"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떠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추세를 둔화시키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새로운 코로나19 진앙이라는 오명에서 조기에 탈출하는 동시에 나라 전체를 멈춰 세운 '코로나 셧다운' 사태를 극복, 미국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미 워싱턴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처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향후 전개 추이에 따라 지난 2월 5일 상원의 부결로 종지부로 찍은 탄핵 국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 '트럼프의 우군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일찍 '우승 기념 트랙돌기'(victory lap)에 나서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제를 다시 돌아가게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일부 가까운 지지자들 사이에서 악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예측불가능해진 선거 국면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추가하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이 일부 캠프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아메리카 퍼스트'는 이번주 들어 일자리를 잃는 게 바이러스 감염보다 더 두려운지 여부에 대한 일련의 여론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는 "미국의 대중과 유권자가 생각하는 바에 귀를 닫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