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건축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축시공 생존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한다. 대부분 고생담이고 10년 늙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무용담 수준으로 약간 과장되기 때문에 흥미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성공적인 건축 사례는 먼 나라의 미담처럼 남고, 좀 더 흥미로운 ‘지옥 같은 건축 스토리’만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옮겨지면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결국 수많은 ‘카더라통신’, 즉 가짜 뉴스를 생산하게 되고 가뜩이나 혼란한 건축주에게 결정적인 오판 근거가 되어, 공사판을 혼돈의 현장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 사례가 건축사와의 신경전이다. 그중에서도 건축사들의 "내 말만 믿으면 다 되니까 아무 걱정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식의 과장된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일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중소형 건축의 가짜 뉴스 피해를 공유해보겠다.
서울 역세권에 꼬마빌딩을 짓겠다는 열정으로 건축학교의 강의도 듣고,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전전하며 성공적으로 토지까지 매입하게 된 K씨의 경우, 수업 중에 들었던 나쁜 건축사들의 폐해만을 굳게 믿게 됐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괜찮은 건축사를 결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건축사들에게 가설계를 의뢰했고 이 중에 가장 효율이 높을 것 같은 건축사와 계약하고 계획 설계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다른 여러 설계자로부터 들었던 수많은 정보가 독이 되어 기존 설계사와 다툼이 생겼다. 결국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서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많은 시간과 돈을 날린 후에 얻은 결론은, 얕은 지식과 가짜 정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사람을 불신하게 되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J모 건축주는 건축사를 맹신한 나머지 주변의 만류와 객관적인 자료에도 불구, 건축사가 추천한 부실 시공사와 계약을 했다. 엉성한 시공과 공기 지연에 시달리다가, 결국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업체가 중간에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공사기간은 물론 많은 금전손실을 보고 나서야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가까스로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예비 건축주가 위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또다시 혼란에 빠진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전문가나 주변의 조언을 잘 들으라는 것 인지, 아니면 아무도 믿지 말고 나 자신만을 믿고 가라는 것 인지...’ 참 힘들겠지만 중용의 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답은 없지만 필자의 경우 계획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와 주변의 조언을 들으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고, 일단 결정이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밀어붙인다. 설령 오류가 있어도 근간을 흔들지는 않고, 전문가를 신뢰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전문가를 신뢰할 수 없어도 이왕 내가 직접 결정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힘을 실어줘서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는 것이 결국 뒤돌아가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이익이 되었던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마지막 사례는 공사현장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난 경우다. 경기도에서 상가주택을 짓던 L씨는 "집 짓다 10년 늙는다. 또한, 시공사 현장소장은 나를 등쳐먹을 인간이다."라는 선입관으로 중무장하고 모든 공정마다 개입해서 작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당연히 공사기간이 늘어났는데, 이 모든 책임을 시공사의 부실로 몰아세우며 비난을 해서 현장 사람들의 원성을 받았다.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될 전문가들이 남 탓만 하고 문제를 만들면서,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업무 효율이 떨어져 양측 모두에게 손해가 돼버리고 말았다.
위 사례들처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큰코다치는 곳이 중소형 건축계다. 예비 건축주들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격언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상식 사이에서 길을 잃지 말고 탄탄하게 중심을 잡기 위한 현명한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