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촌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통과
재개발 가시권 들자 주변 집값 1억 이상 올라
청량리·천호동 구축 아파트도 가격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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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신월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장 조감도.(사진=서울시 클린업시스템) |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불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집장촌 일대가 최근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일대의 집값이 상한가를 찍고 있다.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최근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재심의를 통과하며 정비구역 지정 11년 만에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강동구 천호1구역의 천호 텍사스촌,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의 청량리588에 이어 서울의 3대 집장촌이라고 불렸던 곳에 모두 초고층 주거단지가 형성되면서 주변 일대가 낙후된 이미지를 벗게 됐다. 이에 천호와 청량리의 사례처럼 신월곡 일대의 집값도 정점을 찍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길음서희스타힐스는 지난 1월 31일 전용면적 112㎡가 7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대는 지난해 10월 8억8000만원에 불과했지만 한동안 거래가 없었다가 신월곡1구역의 개발 호재 소식에 따라 시세가 폭등했다. 같은 평형대의 매물 시세는 30일 기준 7억5000만원에서 8억5000원이다. 동부센트레빌은 전용 109㎡가 지난 2월 7억9500만원의 실거래가를 찍었으며 12월 거래가격 보다 1억원이 올랐다. 현재 매물은 8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의 경우도 비슷한 평형대 매물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개발호재가 있으면 인근의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앞서 청량리나 천호동처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의 주택가격도 폭등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월 거래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거래가 되는 주택은 가파르게 가격이 올라도 매물을 보지 않고 거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앞서 청량리의 경우 지난해 해링턴 플레이스와 한양수자인192도 등 총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물량이 분양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낙후 이미지를 벗어난다는 기대감에 일대의 구축 아파트 집값이 오른 것이다. 1987년 준공한 청량리 미주아파트는 전용 92㎡가 지난해 7월 8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10억원을 찍었다. 지난해 분양한 한양수자인192의 84㎡ 분양가 9억∼10억원대를 따라잡는 현상으로 보인다.
천호1구역이 위치한 천호동 일대는 강동구의 잇따른 정비사업 호재와 함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묶일 정도로 집값이 과열됐다.
업계는 집값이 급등하는 근본적인 현상이 개발호재에 정부 규제의 영향이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정부가 9억원을 기준으로 고가주택을 구분하며 규제 정책을 만든 것이 오히려 9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집들의 가격 과열 현상을 낳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가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기조를 이어나가며 정비사업장의 희소성이 집값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낙후된 곳을 정비해서 살기 좋은 주거지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주변 집값 상승으로 이끄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며 "다만 개발호재 소식만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등 신축 아파트가 구축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규제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월곡1구역 재개발 사업은 면적 5만5112㎡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최고 46층, 10개동, 1996가구(임대 213가구 제외)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해당 구역은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용적률이 599%에 달해 사업성이 크지 않아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이같이 사업에 속도가 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신월곡1구역과 성북2구역이 서울시 최초로 결합정비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결정적이다.
또 올해 서울시가 서울시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역세권의 반경과 용적률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용적률 향상 등에 대한 조건이 완화된 것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결합정비사업은 같은 지역구 내에서 각 사업장이 용적률과 수익률을 맞바꾸는 방식이다. 신월곡1구역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위치한 역세권으로 고밀 개발이 가능하지만 사업성을 높이려면 용적률이 추가로 필요했다. 반면 북정마을로 불리는 7만5072㎡ 규모의 성북2구역은 신월곡1구역과 마찬가지로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저층주거지 특성상 최대 90% 이하라는 제한이 있었다. 이에 성북2구역은 용적률 80%를 신월곡1구역에 넘겨주고 신월곡1구역은 용적률 680% 개발로 늘어난 가구 수 중 약 200여 가구를 성북2구역 조합원들에게 분양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