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수소 99%가 화석연료서 생산 친환경성 논란 일자

전문가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 생산을"

청정 수소, 1kg당 생산단가 LNG보다 저렴하지만

4배 많은 대규모 저장시설 필요 고비용 지출 불가피

수소경제 활성화 위해 탄소중립 후 정책 수반돼야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의 모습(사진=연합)


'청정 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경제의 대중화가 각종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4% 가량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정부정책이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청정 수소경제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너지 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30일 '수소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BNEF는 청정 수소경제가 파리기후협약 시나리오를 준수하면서 최종에너지 수요 중 24% 가량 충족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즉, 2050년까지 지구촌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시키면서도 최종에너지의 24%가 오직 청정 수소로만 충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경쟁력이 받쳐줄 경우 청정 수소는 재생에너지가 활약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탄소를 기반으로 한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재생에너지는 자동차 운행, 산업 공정 등에 활용될 수 있지만 중공업 등 고(高)에너지 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에서는 화석연료가 더 우위에 있다.

이와 관련 BNEF는 "청정 수소 생산 원가가 1kg당 1달러에 달하는 경우, 탄소가격이 tC02 당 각각 50달러, 60달러, 78달러, 90달러, 145달러에 이르기만 해도 제철, 시멘트 생산, 암모니아 생산, 알루미늄·유리 생산, 선박 연료 부문에서 요구되는 화석연료가 수소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BNEF는 이어 "대형 트럭의 경우 2031년부터 디젤보다 연료전지로 운행하는 것이 저렴해질 수 있으나 자동차, 버스 및 소형 트럭의 경우 여전히 배터리가 더 저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소는 석탄, 석유와 가스의 대체재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지난 2018년에는 99%의 수소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가 천연가스를 개질해 생산되는 만큼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수소경제의 친환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수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이른바 ‘친환경 효과’를 보기 위해선 태양광·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청정 수소’가 생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정 수소는 풍력 또는 태양광 발전으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특히 BNEF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과 전해조(槽) 생산비용이 갈수록 저렴해져 2050년까지 청정 수소의 생산단가가 1kg 당 0.8∼1.6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가격이 MMBtu당 6∼12달러의 천연가스와 동등한 수준이며 현재 브라질, 중국, 인도,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천연가스 가격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다시 말해 청정 수소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적용한 천연가스 또는 석탄으로 만든 수소보다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북미지역과 유럽에서의 전해조 생산비용은 40% 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80% 감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BNEF 산업 탈탄소 부서 팀장이자 보고서 주저자인 코바드 바브나그리는 "수소는 청정경제를 이끌 연료가 될 잠재력이 있다. 앞으로 몇 년간 풍력과 태양광을 사용하여 낮은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수개월간 지하에 저장한 후 필요시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정 수소 산업의 규모가 확대될 수 있으면, 배출가스 저감이 어려운 부문 중 대다수도 수소를 통해 놀랍도록 낮은 비용으로 탈탄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소 연료 주입기(사진=연합)


그러나 문제는 청정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수소는 밀도가 낮은 관계로 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보다 더 큰 규모의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이에 수소가 오늘날 천연가스처럼 어디서나 흔하게 사용되려면 인프라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따라야 한다는 진단이다.

BNEF는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수소 산업이 직면해야 할 최대 난제 중 하나이다"며 "수소가 천연가스와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려면 2050년까지 6370억 달러를 들여 3∼4배 더 많은 저장시설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소의 저장에 이어 운반을 위한 인프라 구축 또한 필수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수소의 저밀도 특성으로 인해 도로나 배를 통한 운반은 비용효율성이 뒤쳐지지만 수소는 메탄가스에 비해 파이프로 이동되는 속도 세배 가량 더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소는 기존 파이프 체계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가 천연가스 수준만큼 흔해지기 위해선 결국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수소가 활용도를 갖추기 위해선 정부 정책과 수요 또한 따라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는 "1kg당 1달러의 생산 원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소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어야 하고 수소 저장·운송 시설에 대한 비용도 앞으로 꾸준히 하락해야 한다"며 "수소는 주목받는 에너지원이기는 하지만 수소경제 현실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바브나그리 팀장은 "청정 수소 업계는 현재 규모가 작은 반면 비용은 높다. 비용 하락의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수소경제의 규모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공급 인프라 네트워크도 구축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범정부적 정책과 민간 투자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향후 10년간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BNEF 연구진들은 청정 수소 경제에 대한 투자와 정책이 불충분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관련 정책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수소 경제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청정 수소 생산원가를 1kg당 1달러까지 맞춰도 수소는 여전히 생산되어야 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는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추출만 되면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결국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탄소세나 배출량거래제 등 탄소가격제가 따르지 않을 경우 수소는 결국 상대적으로 비싼 에너지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BNEF는 "산업계가 자동적으로 수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탄소중립이란 목표가 제시되고 관련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BNEF에 따르면 한국은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모두 생산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토지가 부족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따라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청정 수소의 수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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