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 '원유감산 합의' 책임놓고 공방...OPEC+회의 '연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5 08:55

▲서울 시내 주유소.(사진=나유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의 책임 소재를 두고 격하게 공방을 벌인 끝에 오는 6일로 예정된 산유국 간의 화상회의를 9일로 연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폭락하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재자 역할에 나섰지만, 이들의 갈등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유가 전쟁을 촉발한 지난달 6일(현지시간)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협상이 결렬된 책임을 상대방에 미루면서 공방을 벌였다.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에서 "그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외무부에 이어 사우디 에너지부도 "우리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해 감산합의에서 발을 뺐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가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놀라울 뿐이다"라며 "이런 시도가 거짓이라는 것은 우리의 러시아 친구들도 이미 잘 안다"라고 주장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언론에 대고 ‘협상에 참여한 모든 산유국이 4월부터 감산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처음 말했던 장본인이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다"라며 "이 때문에 각 산유국이 저유가와 손해를 메우려고 증산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이처럼 러시아를 맹비난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모두가 세계 석유시장을 안정시키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원한다면서 자신의 중재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산유국 간의 회의도 연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중재자’ 역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초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연대체)는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오는 6일 화상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이를 9일로 연기했다. 이번에 열리는 화상회의에서 주요 산유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산유량을 감산하는 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 직전 일정이 변경되면서 감산 협상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번 감산에 미국도 동참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산유량을 1000만∼1500만 배럴 감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OPEC+ 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데다 지난 3년간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배럴당 60달러 안팎을 유지한 이득을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얻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OPEC+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측에서도 이번 긴급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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