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캠브리지大 등 연구진 온실가스 배출 대폭 감축된 연구결과 발표
美 유럽 등 53개 지역 화석연료 대체재보다 기후변화 대응 긍정 영향
2050년 전 세계 자동차 절반이 전기차…年 온실가스 1.5 기가톤 감축
일각선 팬데믹 확산에 유가 하락…내연기관차 선호 현상 확대될 수도
▲충전중인 전기차(사진=연합) |
석탄 등의 화석연료로 전기차를 충전해도 내연기관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폭 감축돼 결국 청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발전체계의 탈(脫)탄소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전기차는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반박하는 근거가 새로 발표된 것이다. 이에 해당 연구결과가 전기차 대중화의 또 다른 초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과 엑세터 대학 그리고 네덜란드 네이메헌 대학의 연구진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이 화력발전소에서 공급되어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공동으로 발표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도 게제됐다.
전기차와 이에 대한 청정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행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전력생산 방식을 고려하면 과연 깨끗한지에 대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기차는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며 "해가 뜨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는 결국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작년 말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이어 "설령 재생에너지로 전기차가 충전된다 하더라도 중국 등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될 때 투입되는 화석연료를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량이 결국 상쇄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사항들을 감안해도 전기차를 주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진들의 주장이다. 연구진들은 자동차와 열 펌프를 사용했을 때의 기간, 그리고 생산체인과 폐기물 처리 등의 기타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세계 발전체계별 59개 지역으로 구분해 측정했다.
그 결과 미국, 중국과 유럽이 포함된 53개의 지역에서 전기차와 전기 열 펌프가 화석연료 대체재보다 배출량이 줄어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들은 해당 지역의 규모가 세계 95%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나머지 5%는 폴란드 등과 같이 석탄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 구성됐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가 지난해 발간한 ‘2019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폴란드의 총 발전량은 170.1 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된 가운데 석탄발전량은 전체대비 약 80%인 134.7 TWh를 차지했다.
연구진들은 또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대한 발전비중이 높은 스웨덴과 프랑스의 경우 전기차의 평균 온실가스 감축량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최대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탈탄소가 적극적으로 진행중이지만 일정 수준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영국의 경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에 비해 탈탄소에 대한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화석연료의 발전비중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탈탄소가 가시화될 경우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기차도 최신 기술이 탑재된 내연기관차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적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50년까지 세계에서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 중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온실가스는 매년 1.5 기가톤씩 감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5 기가톤의 온실가스는 현재 러시아가 배출하는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 열 펌프의 경우 2050년까지 매년 0.8 기가톤의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재 독일의 연간 배출량과 거의 동일하다.
네이메헌 대학의 플로리안 노블로크 교수는 "전기차와 전기 히트 펌프가 배출량을 증가시킨다는 생각은 단순 신화에 불과할 뿐"이라며 "우리가 설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삼아도 전반적으로 배출가스가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조와 주행 등으로 발생된 온실가스를 고려해도 전기차 및 전기 열 펌프로의 전환을 후회 없이 장려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엑세터 대학의 장 프랑쿠아 메르퀴레 교수는 "전기차를 둘러싼 논란거리가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캠브리지 대학의 파블로 살라스 교수 역시 "차량과 난방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될 수 있다는 효과를 이해하는 게 향후 관련 정책들을 세우는데 필수적"이라며 "우리의 결과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목표설정을 위한 각종 토론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기차 시장, 코로나19와 유가폭락으로 당분간 위축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한편,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020년대부터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현상이 도래하면서 전기차 산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오히려 주춤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데다 지난달부터 해외 완성차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기차 업계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 2월 동안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가량 감소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우드맥킨지의 램 챈드라세카란 글로벌 수송·모빌리티 부문장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현재 자동차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며 "특히 이런 상황 속 전기차를 소유해보지 않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새로 사보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더욱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산유국 ‘석유 전쟁’으로 인해 폭락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덩달아 떨어지자 내연기관차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3일(미국시간 기준)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956달러(1리터당 약 636원)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콜린 멕케라처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수송부문 애널리스트는 "향후 12개월 간 전기차 시장은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매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의 마이클 조스트 수석은 "유가폭락은 1개월, 또는 몇 개월 또는 한 해 동안 지속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싼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해왔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세운 전기차 전략을 대체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