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래도 ...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6 08:41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벚꽃이 한창인 봄이다. 눈으로는 봄이지만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세계가 코로나19(COVID 19)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코로나 확산은 심리적 위축을 넘어 실물경기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마스크 속에 갇혀버린 일상이다. 겪어 보지 못해 생긴 불편은 더 크다. 그래도 잘 이겨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재난과 위기를 극복해온 DNA가 있기에. 이제 희망이라는 마음의 백신을 품어야 할 때다.

코로나19 기세가 무섭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난 달 11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였다. 팬데믹(Pandemic)이다. 더 큰 문제는감염 공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코로나19 확산은 우리에게 안전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우선 건강 안전망(Health safety net)이다. 마스크 공급 혼선으로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30여년 전 갖춰 놓은 의료보험제도(현 건강보험)와 우수한 의료진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도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잘 갖춰놓은 시스템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신뢰받는 방역체계 구축과 면역력 강화는 두고두고 숙제다. 중요한 것은 적시대응이다.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싸워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기에.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1997년 말 외환·금융위기 때에, 실업자가 급증하며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제도가 만들어 졌다. 정부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 주고, 경제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자들에게는 공공사업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생계비도 보조해 준다. 결국 사회적 안전망은 사회보장이다. 노령·질병·실업·산업재해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 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도 필요하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각 국들이 대내정책 수단만으로는 대외충격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은 국가라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터지면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 국제 공조가 필요한 이유다.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 부터 자금 확보, 국가 간 통화스와프, 역내 통화협정 등 공조를 통해 안정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해부터 제기되어 온 R(recession ; 경기침체)의 공포가 이제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C의 공포다. 우려했던 블랙스완이 현실화될 조짐도 보여 걱정이다. 팬데믹 선포가 글로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렸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금리 인하와 대규모 양적완화(Quantitative Ease)를 발표하고,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지난 달 하순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 숨 돌렸다.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우리 경제의 위기를 방어하는 방파제다.

역사가 말해주듯 바이러스 창궐은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다. 스페인독감(Spanish flu)이 대표적이다.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하여 세계 5천여 만명의 목숨을 앗았다. 우리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무오년 독감’으로, 740만여명이 감염됐고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라는 시가 떠오른다."가장 낮은 곳에 /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 (중략) / 그래도라는 섬에서 / 그래도 부둥켜안고 /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 어디엔가 걱정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도라는 희망의 백신’이다. 당분간 사회적 거리를 두지만 사랑의 거리는 좁히자.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어려움이지만 ‘그래도’라는 희망의 백신으로 잘 이겨내자. 어둠이 진 자리에 빛이 있다.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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