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박주영 숭실대 벤처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두 개의 ‘사’자 직업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의사와 택배기사다. 특히 외국과 달리 코로나 사태에도 사람들이 비교적 평온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사재기가 없는 것은 온라인쇼핑과 발달된 배달문화 때문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하도록 했고 이러한 경험은 이후 일상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얼굴을 비추어야 일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이 사라질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를 해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직군에서는 굳이 고비용의 도심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화상회의가 보편화되고 재택근무에 맞는 근태 및 실적관리가 방안이 도입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일이 보고를 하거나 모니터링을 하는 행동중심의 근태관리가 결과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을 하지 말라는 근무분위기가 확립된 상태에서 회사에 남아 몇 시간 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를 기간내 완수했느냐가 중요한 인사고과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출장도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사태는 비대면 회의를 촉진시켰으며, 화상회의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줄였다. 미국에서는 보편화된 줌(Zoom) 화상회의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재택근무가 확산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거지 선호도 달라질 것이다. 1주일 한 번 정도 출근해 대면 회의를 한다고 하면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해도 전혀 지장이 없고 이는 교통난의 완화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도 제동을 걸 것이다.쾌적한 주거환경은 워라밸로 일컫는 일과 삶의 밸런스를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생필품의 온라인쇼핑이 일상화가 되었다. 온라인쇼핑은 증가 추세에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온라인 신선식품 비즈니스가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7년 아마존이 홀푸즈(Whole Foods)라는 유기농 식품체인을 인수한 이래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타깃 등 기존업체들이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온라인 배송과 매장 내 픽업서비스를 확장하고, 공급망과 기술 개발에 돈을 쏟아 부었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식품 가격을 낮췄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형마트와 같은 국내 식품유통업체들도 온라인배송과 매장내 픽업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유통과 시너지를 내거나 온라인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가 부가되지 않는다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전례없이 편리한 장보기가 실현될 것이며, 많은 골목상권의 식료품가게들은 업종전환을 하거나, 비즈니스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몰락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소비패턴도 온라인에 더욱 적응될 것이며, 규모의 경제와 신기술 도입에 대응하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될 것이다.

교육계에도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교육이 도입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교육계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온라인 교육의 장에 학생과 선생을 강제로 밀어 넣었고, 이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는 거슬릴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그동안 수험준비생 위주로 형성된 인터넷강의가 제도권 교육에서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에서는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포함한 보다 다양화된 수업방식을 도입하게 될 것이며, 대학 강좌의 상당수도 온라인으로 열릴 것이다. 대학의 온라인 강좌는 외부에게 공개되어 국내 대학간의 교육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유수 대학의 온라인 강좌와 비교가 됨에 따라 국내대학의 강의 품질은 향상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모든 면에서 개인의 자유를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파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이 페스트 이후에 시민의 권리가 증대되고, 삶이 개선되었으며, 르네상스와 같은 문화의 부흥이 발현되었던 것처럼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일반 시민들에게 더 많은 선택과 개인적 자유가 늘어난 세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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