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 증가…기업대출 감소세와 반대
연체율 최대 0.16%포인트 올라…올해 기업대출에 가계대출 관리까지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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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사진=각사·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지난해 지방은행들의 가계대출(여신) 건전성이 대체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 중심의 기업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관리에도 비상등을 켜고 들여다 봐야 하는 상황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총 가계대출 잔액은 50조426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49조1695억원에 비해 2.56% 늘었다.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의 상승 폭은 이보다 컸다.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1686억원으로, 1년 전의 1430억원에 비해 17.9%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융기관 여신은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5단계로 나눠지는데, 고정 이하인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이 이에 해당한다.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비율이 낮을 수록 은행들의 건전성이 좋다고 여겨진다. 지난해 말 지방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3%로 1년 전의 0.29%에 비해 0.04%포인트 증가했다.
지방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조이던 상황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올해부터 도입되는 신예대율에 대비하는 등의 이유로 가계대출 확대를 자제해 왔다. 지난해 6개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이 총 가계대출 잔액을 1년 전보다 줄였다. 반면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은 6개 은행에서 모두 증가했다.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비교해 보면 제주은행이 지난해 말 0.37%로 1년 전의 0.22%에 비해 0.15%포인트, 전북은행이 0.22%에서 0.34%로 0.12%포인트 확대됐다. 경남은행도 0.37%에서 0.47%로 0.10%포인트, 광주은행은 0.23%에서 0.30%로 0.07%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반면 부산은행은 0.36%에서 0.35%, 대구은행은 0.24%에서 0.23%로 0.01%포인트씩 하락했다. 지난해 말 주요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0%대로, 1년 전보다 0.02%포인트 내외로 움직였던 것에 비해 비율도 높고 증가 폭도 크다.
지난해 지역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지방은행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개선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말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7조1447억원으로 1년 전의 91조7292억원에 비해 5.9% 증가했으나,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은 9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했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9%로 1년 전의 1.43%에 비해 0.44%포인트 줄었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을 보면 연체율도 높아졌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미뤄진 원리금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말 6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0.37%로 1년 전의 0.32%에 비해 0.0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57%로 가계대출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전년에 비해서는 0.09%포인트 감소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에서 0.01~0.09%포인트 모두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경남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0.55%로 가장 높았으며 1년 전에 비해 증가 폭도 0.16%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어 전북은행이 0.42%로 0.13%포인트, 제주은행은 0.30%로 0.06%포인트 각각 확대됐다. 광주은행과 대구은행은 0.01%포인트씩 늘어난 0.29%, 0.27%의 연체율을 보였다. 부산은행은 0.07%포인트 감소했으나, 연체율은 0.36%로 세 번째로 높았다.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실물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지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다 지방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부실 발생 가능성이 더욱 큰 만큼 어느 때보다 더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정부가 기업대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실물경제 타격이 크다면 가계로까지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며 "가계경제까지 무너지면 금융회사로 충격이 전이되는 만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