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1년···운명 여전히 '안갯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9 15:49

외환위기 등 잇단 악재 이겨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돌발변수에 휘청
HDC현산 유상증자 일정 차질빚어
인수계약 늦어지며 경영여건 악화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저의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게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냅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이후 한 말이다.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조 원 넘는 금액으로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며 ‘포기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사태, 9·11테러, 사스, 메르스, 금융위기 등을 이겨낸 아시아나항공이 역대 최대 위기에 당면한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이달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 4665억 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었다. 다만 인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유상증자 날짜를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 사태 후폭풍에 따른 것이다. HDC현산 입장에서는 중국, 일본 등에서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나지 않아 유상증자 등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3일이 돼서야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건을 승인했다.

일정이 밀리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 손실은 4437억 원, 당기순손실이 8179억 원에 달한다. 부채는 12조 5921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하느길이 사실상 막혀 부채비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임원 월급을 60~100% 반납하고, 직원 절반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HDC현산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 2500억 원을 손해 보더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HDC현산은 2조 1772억 원을 유상증자에 쏟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200%대로 만든다는 계산을 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는 유상증자 이후에도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비율이 올라가면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저금리로 돈을 끌어 쓰겠다는 당초 경영정상화 계획 자체가 흔들린다.

▲HDC현대산업개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건설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금을 크게 써 대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HDC현산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호 측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와 관련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도 관심거리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문제가 되고 있는 라임펀드에 700억 원 규모로 가입했는데, 이를 인지했으나 HDC현산 측에 설명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HDC현산이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한화도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취소했지만 법정공방을 통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HDC현산은 일단 인수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고 항공업과 결합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둔 만큼 단기적인 이슈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도 최근 “아시아나항공 포기 단계 아니다”고 밝히며 위기설에 적극 대응했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주식매매계약서에는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합의가 무산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효력을 연장하더라도 12개월은 절대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본계약 체결일은 지난해 12월 27일이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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