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예견된 경기침체…2Q부터 세계 주요국 극심한 경제 위기

코로나 전개에 따라 V자형 회복 가능하지만 장기화 대비해야

경기수축 국면시 15개월 이상 지속…과감한 부양책 절실

美,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침체 겪을 듯…中시장 주목해야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가 오는 29일 에너지경제신문 주최 '2020 금융CEO포럼'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2020년 경기침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단지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되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이지요. 우리는 글로벌 경제가 이제 수축 국면 초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하반기에 추가 경기 침체는 불가피합니다."

2020년 1월,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한겨울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국내 증권사는 물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 미중 무역분쟁 협상, 기업들 실적 개선 등 3박자가 맞물리면서 코스피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드디어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연일 들썩였다. 실제 연초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외하고는 코스피에 제동을 걸 만한 이벤트는 많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1월 20일 2262.64에 거래를 마쳐 약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모두가 환호성을 지를 때, 글로벌 경제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증권가에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다. 김영익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2020-2022, 투자의 미래’ 저서에서 2019년 말부터 2020년 사이에 경제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채를 쌓아온 만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경제위기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주가예고지표를 바탕으로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의 반등, 2004년 5월 주가 하락과 2005년 주가 상승 등을 맞춘 김영익 교수의 ‘투자 예언’이 다시 한 번 적중한 셈이다. 본지가 오는 29일 주최하는 ‘2020 금융 CEO 포럼’에 앞서 기조연설자인 김영익 교수를 만나 코로나19로 촉발된 현재 경제 상황을 진단해봤다.

다음은 김영익 교수와의 일문일답.


◇ "올해 세계 성장률 -2% 그칠듯...V자 반등 이후 L자로 꺾일 것"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과감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2009~2010년 평균 성장률이 3.7%로 그 이전 10년(1998~2007년)의 4%에 근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부실해졌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73%에서 2019년 3분기 99%로 불었다. 같은 기간 중국 등 신흥국 부채는 56%에서 97%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저금리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까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한 점도 글로벌 경제에 불안 요인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했는데, 코로나19가 트리거가 되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터뜨렸다. 1분기에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2분기부터는 미국 등 세계 주요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0.4% 성장했는데, 올해 성장률은 -2%에 그칠 것으로 본다.


-코스피가 3월 19일(1457.64) 저점을 찍은 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은.


▲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2분기 중후반쯤 급격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 차례 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경기 위축은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다르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나면 경기지표 역시 V자형으로 반등할 수 있다. V자형으로 반등한 이후에는 L자형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다.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를 부채로 해결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 글로벌 경기 수축 국면은 이제 막 초기 단계다. 우리는 ‘초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나라든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15개월 이상 지속됐다. 미국이 15개월로 가장 짧았고 한국과 일본은 18~20개월까지 갔다. 정부도 이를 염두하고 더욱 신속하고 과감하게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장기 금리도 0%대에서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한국은행 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매입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현대화폐이론도 응용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마지막 대부인 것처럼 정부는 일자리의 최종 공급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 이미 소득차별화로 평균적 가계의 실질적 소득이 낮아졌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산업의 심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 기업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일단 어느 정도 경기 바닥을 단단하게 다진 후 그 다음에 선별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면 그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때부터는 시장도 알아서 옥석가리기를 단행할거다.


-우리나라 특유의 강성노조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지금은 사회적 대통합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다 같이 조금씩 희생을 해야 한다. 근로자들도 임금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 모두가 한발자국씩 물러서야 한다.


◇ "美, 대공황 이후 극심한 침체 이어질듯...중국 주목해야"

-가장 중요한 미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보는지.


▲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다. 조만간 미국 실업률 10%, 실업자 1600만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감소하면 가계 소득과 함께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소비함수를 추정해보면 가처분 소득이 1% 감소하면 소비가 0.86%나 줄었는데, 이번에는 그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소비지출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도 소비를 위축시킨다. S&P 500 지수가 1% 하락하면 소비가 0.01% 줄었는데, 주가가 30% 정도 하락했으니 소비 감소 효과가 0.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조만간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데, 이 역시 역자산 효과로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지금 주목해야 할 국가는 어디인가.

▲ 단연 중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도 현재 진통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투자에서 소비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금융시장 개방을 가속화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은행업과 신용평가회사의 외국인 지분을 완전 폐지했고, 올해는 생명보험사, 자산운용사, 증권사에 대한 외자 제한을 전부 폐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이미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2019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5조1447억 달러였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은 금융서비스업으로 이 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도 그 시기에 중국에서 금융으로 국부를 늘려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중국 기업 가운데 각 분야 1등주를 매수할 필요가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韓주식 저평가...중장기적 비중 확대해야"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일명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졌다.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에 개인들이 들어와서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바람직하다고 본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주가가 명목 GDP에 비해 30% 정도 과소평가됐다. 우리나라 증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0년 가까이 정체됐다. 언젠가는 본래의 가치를 찾아갈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장기 보유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투자자들이 최소 2년만 기다리면 우리나라 증시에서 30% 이상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본다. 개인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도 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도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부동산이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어떻게 보는가.


▲ 부동산은 사이클상 내려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 집값이 오른 건 공급을 늘리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강력한 규제안들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빨리 침체될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이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데 정부가 더 빨리 떨어지라고 등을 밀고 있는 격이다. 더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이 하락하면 소비 심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증시로 살려야 한다.


-소비심리와 증시는 어떤 관계가 있나.


▲ 소비심리와 가장 관계가 높은 것이 증시다. 증시가 오르면 소비심리도 개선된다. 증시가 오르기 위해서는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결국 정부는 계속해서 재정을 투입해 경제의 하방 경직성을 단단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배당소득세율을 낮춰 증시를 끌어올리고 소비심리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에 대한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춘 것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개인들의 금융자산이 3383조원인데, 어떻게 3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대주주로 분류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말인가.


-마지막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조언해 달라.

▲ 장기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 다음 금, 달러 순이다. 일정 부분 달러를 보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달러보다는 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은행 이율이 1%대라는 점을 염두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주나 배당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산다고 다가 아니다. 2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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