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치료제 소독제 주입 검토하라"
의료계 발칵...CNN "떠돌이 약장수 쇼" 맹비난
트럼프 극찬 클로로퀸도 ‘효과입증 안돼’ 경고등
바이든 수혜...경합주서 우세 혹은 경합조사 속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우) |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부실대응과 잇단 실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 기세를 몰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트럼프 "살균제 코로나19 치료제로 검토하라" 실언
최근 의료계를 발칵 뒤집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주입치료’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자외선 노출과 소독제 주입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했다.
표백제가 침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연구 결과에 흥미를 보이며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돌발 발언’을 불쑥 꺼낸 것이다.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충동적 발언을 쏟아내며 과학자·의사사회 및 보건당국과 긴장을 형성해온 상황의 연장선 상이기도 하다.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윗을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올렸고, 독일 당국 역시 자외선은 신체의 면역 방어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어떤 병에 걸렸든 아픈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태양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트럼프, 위험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법을 퍼트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기 와서 도널드 트럼프의 서부 개척시대식 떠돌이 약장수 쇼를 봐라"고 비꼬았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당신 같은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이라고 번복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FDA, 트럼프 ‘게임체인저 극찬’ 클로로퀸 부작용 경고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치켜세운 말라리아 예방·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은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FDA는 코로나19 환자가 이 약물을 투여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심실빠른맥이나 심실세동 등 위험할 정도로 빠른 심장 박동이 있으며 심각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전세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한 약물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순 이후 무려 50회 가까이 공개적으로 이 약물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내놓고 검사 및 치료에 대해 과장된 발언을 하면서 잇따라 뭇매를 맞았다.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제 사회에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무게를 감안할 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충동적으로 거론하며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역풍이 거세다. 코로나19 치료를 놓고도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이 다시 회자할 정도이다.
◇ 미국인 77% "트럼프 브리핑 신뢰 안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인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이달 16∼20일 성인 1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표본오차는 ±4.0포인트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응답자의 77%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는 브리핑을 정기적으로 챙겨본다고 답한 응답자는 28%에 그친 반면 주(州)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정보를 활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50%를 차지했다.
◇ 바이든 전 부통령만 수혜...경합주에서 ‘오차범위’ 접점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너길에 몰리면서 수혜를 입는 쪽은 단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승부처인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차범위 싸움을 벌이거나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별 투표에서 확보한 대의원을 전국적으로 합산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대다수 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중 한 정당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 대선 승부는 결국 특정 정당을 고정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스윙 스테이트’, 이른바 경합주에서 판가름 난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대선에서 대표적인 경합주로는 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3개 주와 남부의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가 꼽힌다. 이들 6개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근소한 표 차로 이긴 지역이다.
최근 미언론이 내놓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 단위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고 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저변이 더 넓다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 2일부터 21일 사이에 발표된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기준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율은 48.3%로 트럼프 대통령(42.4%)을 5.9%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경합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한 조사가 다수지만 오차범위 내 경합이 많은데다 대선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을 고려하면 특정 후보로 민심이 쏠려 있다고 보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일례로 CNBC방송이 지난 17~18일 이들 6개 경합주의 유권자 578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47.5%로 바이든 전 부통령(46.8%)과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합주에서 우세라는 결과가 많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15~20일 러스트벨트 3개 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6%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주별로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 3%포인트, 펜실베이니아에서 6%포인트, 미시간에서 8%포인트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 바이든 "트럼프 美대선 연기 시도할것"
이 기세를 몰아 바이든 전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모금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상 토론을 제안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와 토론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줌, 스카이프, 슬랙, 행아웃으로 아니면 직접 만나서 언제 어디서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이 앞으로 양당 대선후보 토론 등 대선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안갯속에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대선을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어떤 근거를 들어서라도 선거를 어떻게든 취소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연기하려면 연방법에 따라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대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선거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무료입장권을 주고 싶어 하는, 지하실에서 졸고 있는 남자가 코로나 19를 이유로 토론을 원치 않고 있다"면서 "(언론이) 그를 보호해주고 있고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