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머무르는 국제유가…원유수요 전망에 '엇갈리는' 시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12 13:50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냉온탕을 오간 국제유가가 모처럼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를 크게 좌우하는 원유 수요와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가용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휘발유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비대면 비즈니스 확산으로 항공유와 관련된 수요는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제유가, 호재·악재 맞물리며 박스권 장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의 등락율은 물론, 마이너스권까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번 달의 경우 1거래일을 제외하고 최대 약 5%대의 등락률로 배럴당 20달러∼24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기대감이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폭락하자 지난달 12일 장관급 화상 회의를 열어 5월 1일∼6월 30일까지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봉쇄조치를 서서히 완화한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현재 미국에서는 비필수업종에 대한 재택명령이 적용되는 뉴욕주,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역이 경제활동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가 국영 석유사 아람코에 6월부터 당초 합의된 감산량보다 하루 100만 배럴 더 산유량을 줄이라고 11일(현지시간) 지시한 점도 유가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아람코의 6월 평균 산유량은 하루 750만 배럴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사우디에 이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또한 추가 감산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리스타드 에너지는 "추가 감산으로 시장 재균형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원유저장시설 부족이라는 우려가 해소될 수 있고 수요가 반등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중국, 독일 등의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11일 국제유가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0.60달러) 떨어진 24.1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33%(1.34달러) 내린 29.63달러를 기록했다.

바이러스 억제에서 국제사회의 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고 코로나19의 발원국인 중국에서도 열흘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수로 늘어났다. 독일의 경우 최근 공공생활 제한 조치가 완화된 이후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3개월간 WTI(국제유가) 가격 추이.


◇ 향후 원유수요 전망은? 휘발유 ‘맑음’ 항공연료 ‘먹구름’


이렇듯 현재 원유시장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서로 맞물리면서 유가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원유수요 전망을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으로 대중교통을 꺼려하고 자가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휘발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석유업체 수장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자동차가 가장 선호되는 이동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4위의 석유 가스 생산기업인 프랑스 토탈의 파트리크 뿌야네 회장은 "대중교통의 이용이 무서워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최대 석유가스기업 렙솔 조수 존 이마즈 최고경영자(CEO) 역시 "우리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의 시작에서, 대중교통 사용의 감소와 개인교통의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중국의 우한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교통체증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지하철 이용량은 코로나19 사태 전에 비해 각각 53%, 29%, 39% 급감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휘발유 수요는 하루 666만 4000배럴로, 전주인 586만 배럴보다 늘어났다. 이와 관련 에너지리서치업체인 우드 맥킨지는 "휘발유 수요가 작년에 비해선 32% 가량 낮은 상황이지만 지난 4주 동안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휘발유과 달리 항공연료에 대한 수요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비즈니스에 대한 태도가 바뀌면서 항공연료가 온전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애널리스트는 "원유수요의 심각한 손실은 주로 통근용 수요, 산업용 수요, 그리고 항공용 수요에서 비롯된다"며 "통근용과 산업용은 코로나19 사태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지만 항공연료에 대한 수요회복은 비교적 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출장과 연관된 항공수요만으로도 하루 200∼300만 배럴의 수요가 날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에서 사용 중인 줌과 같은 회상 회의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출장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커리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 봐도 줌은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좋은 대안으로 생각한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즈니스 태도가 달라지고 줌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는 올 한 해 글로벌 원유에 대한 수요가 하루 1억 배럴을 기록한 작년보다 하락한 940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원유수요는 2021년부터 회복해 하루 9900만 배럴까지 오를 수 있고 2022년 3분기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측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2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글로벌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17만 7502명을 기록했고 사망자 수는 28만 6000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여객기 운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승객 매출이 전년대비 55% 급감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우드 맥킨지는 "에너지 수요에 대한 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항공연료의 침체기와 같이 하방 리스크도 여전히 존대한다"며 "중국만 봐도 도로교통이 급증한 반면 항공여행의 회복세는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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