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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종무 기자 |
재계 등에 따르면 산시성의 후허핑 서기와 류궈중 성장은 이번 이 부회장 출장 기간 중 만남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이 "만나자"는 의사를 자연스럽게 전달받을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열었고, 이른바 ‘미중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회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이들과 만나 "현지에서 삼성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협력 영역을 넓히고 교류를 늘려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며 한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21일 양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한 대응이란 평가다.
후 서기도 앞서 지난 11일 성을 방문한 시 주석의 뜻을 반영해 "외국인 투자 기업의 조업 재개와 복귀를 적극 지원해 경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만들어가겠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 주석의 노력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의 행보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분초를 다투며 광폭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을 때도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한·일 양국 정부가 사태 해결보다 갈등을 키우는 모습 속에서 일본을 직접 방문해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애초 당시 사태가 한일 정부의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그간 자신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 해소를 위한 일종의 보국 행보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으로 미국 정부도 중국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따라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미·중 관계 속에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이 우리 정부에 시사점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미중 양국과 여러 이슈로 첨예하게 얽혀 있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미중 관계 속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