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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판매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주가연계증권(ELS) 위험회피 비용이 증가하자 자금조달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발행어음을 늘린 결과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증권사가 연초부터 4월 말까지 판매한 액수를 살펴보면 총 3조1366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조48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증권 1조2700억원, NH투자증권 3800억원 순이었다.

발행어음 잔고를 봐도 증권사 1등은 단연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 2017년 11월 업계 단독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4월말 기준 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해 말(6조7134억원) 보다 2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0.04% 늘어난 4조48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받은 KB증권은 60.34% 급증한 3조3750억원을 판매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춰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 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지만, 증권사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금자 보호 상품에 가까운 점이 특징이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발행어음 잔고가 올해 들어서 급증한 것은 초저금리 시대에 유망한 상품에 투자하려는 금융소비자의 수요와 증권사들의 자금조달에 대한 갈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요구)로 인해 자금 유동성이 경색될 위기에 처하자 발행어음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증권사 가운데 자체헤지 ELS 비중이 높은 편이다. ELS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행이 올해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발행어음의 투자 매력도도 높아진 편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이에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금리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 5%의 특판을 판매하고 있다. 또 뱅키스 계좌개설 고객과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연 3%, 연 10% 금리의 발행어음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KB증권은 KBable원화발행어음(약정식)에 연 수익률 2.00%를 적용했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에서 주식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을 통해 연 수익률 4.5%를 제공한다. 다만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잔고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초저금리로 발행어음에 대한 역마진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잔고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고객들로부터 확보한 자금을 적절한 곳에 투자, 운용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무리하게 타사와 수익률 경쟁을 하지 않았다"며 "올해 역시 이같은 방침 아래 잔고 확보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0.75%인데 고금리를 제공하다보면 역마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기업금융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을 운용할 만한 수익원이 줄었고, 부동산 시장도 녹록치않은 편이다.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확대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유동성이 일정부분 해결되면 좋겠지만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사업마저 막혀버렸다"라며 "당장 해소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고금리 발행어음 특판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변동폭이 적은 조달원 역할을 하는 발행어음 사업이 비용관리나 자금조달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며 "다만 시장 전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 자금 조달처가 있어도 기업금융 운용에 있어 방어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금 조달 수단으론 발행어음이 가장 좋다고 판단된다"라며 "코로나19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발행어음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역마진에 대한 걱정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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