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늦어도 다음주 제재수위 결정
검찰 고발시 지배구조리스크 도마위
과징금 부과만 나와도 글로벌 IB '탄력'
발행어음 '몸풀기'-증권사 첫 IMA 영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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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증권가에서는 공정위의 제재 결과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의 신사업 영위는 물론 지배구조 리스크도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공정위가 박현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2025년 글로벌 톱 티어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에셋그룹의 청사진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미래에셋그룹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의장으로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9명이 참여한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심사관과 미래에셋그룹이 직접 참석해 대심 구조 하에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다. 전원회의는 피심인 등에 대한 본인확인, 심사관의 심사보고, 피심인의 의견진술, 심사관의 의견진술, 위원들 질문 및 사실관계 확인, 피심인의 최후 진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심의가 끝나면 위원들만 참석해 비공개로 위법여부, 조치 내용 등에 대해 합의한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혐의에 대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내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는 사실상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정조준한 것이다. 공정위의 미래에셋그룹 간의 악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는 2017년 12월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지원 의혹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포시즌스호텔서울,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CC) 등에 투자한 뒤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운영을 맡겨 임대 관리 수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에서 부동산 관리 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을 비롯해 친족(43.2%) 등 박 회장 일가가 전체 지분 91.9%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그룹의 정점에서 계열사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돼 있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심사보고서에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 최악의 시나리오 '검찰 고발'...미래에셋그룹 '글로벌 IB'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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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에 내릴 수 있는 제재는 크게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시정조치 등 세 가지다. 이 중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연 ‘검찰고발’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의 검찰 고발을 원안대로 확정할 경우 미래에셋그룹은 신사업 추진은 물론 2025년 글로벌 톱 티어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9조2149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인해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발행어음 등 신사업은 출사표도 던지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 전까지 신규사업을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만일 공정위가 미래에셋그룹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은 무기한 보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공정위가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그룹 소유구조의 핵심이지만, 각종 방법을 동원해 지주사 규제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상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미래에셋그룹을 향해 "최악의 지배구조"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여기에 올해 들어 미래에셋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형 사업들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검찰 고발’을 피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안방보험은 작년 9월 미국 내 유명 호텔 15곳을 총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호텔 소유권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맺고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총 인수금액 가운데 2조101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 약 61.5%를 확보하게 되며, 미래에셋대우는 FI로 4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아직 해당 딜에 대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재무적으로는 부담이 없는 상태다. 다만 올해 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고 있는 와중에 검찰 고발까지 당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만일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결론이 나고 검찰 고발까지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이 미래에셋그룹의 의사결정 체계나 지배구조 체제를 보다 심도있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 최근 각종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리스크까지 불거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라고 밝혔다.
◇ '과징금 부과'만 나와도 미래에셋 '안도'...글로벌 IB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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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이유로 미래에셋그룹은 제재 수위가 과징금 부과나 시정 명령 수준으로 조정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만일 과징금 부과나 시정 조치가 나올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금융당국에 발행어음을 영위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을 영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7월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공정위 조사 진행으로 인해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이는 다시 말해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3년 전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의미다.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증권사들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해야 한다.
사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업은 발행어음보다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허용된 ‘IMA’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다. 이미 발행어음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사가 진출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는 사업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IMA 사업의 경우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래에셋대우만 영위할 수 있어 사업에 대한 메리트도 큰 편이다.
아울러 공정위의 제재가 ‘경징계’로 결론이 나올 경우 2025년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미래에셋그룹의 큰 그림에도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라는 족쇄가 풀릴 경우 자기자본 10조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를 확대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금융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일 때만 해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사업자가 3곳으로 늘면서 시장 관심도도 다소 약해진 분위기다"며 "투자자들이 새로운 유형의 상품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현 상황에서 IMA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밀병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