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생E 발전설비, 코로나19로 20년만 첫 감소세…내년부턴 회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21 14:45

코로나 봉쇄조치에 건설계획 줄고 신규사업 자금확보 난항

IEA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67GW설치...전년比 13% 줄어"

"분산형 태양광 내년까진 먹구름...육·해상 풍력은 신바람"

▲재생에너지(사진=연합)


올해 글로벌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이 20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설 계획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 코로나19와 락다운 조치로 IEA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위축"


21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시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약 167기가와트(GW) 규모에 해당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대비 13% 감소한 수준이나, 이 같은 규모가 새로 추가되면서 올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총 발전설비는 약 6%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IEA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면서 올해 최고 규모를 경신하고 내년에 감소할 것으로 작년 10월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세계적인 락다운이 실행되자 IEA가 이같은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력수요가 줄면서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량이 감소되는 반면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비중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만큼은 발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염병이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차질이 겪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락다운 조치, 그리고 근로자 감소 등으로 인해 설비 자체에 대한 건설이 줄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재감염 우려로 일터에 복귀하는 근로자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에서 태양광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지난 2월 말 이후 6만 5000명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계 전반으로 봤을 때 미국의 청정에너지 산업(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발전그리드, 에너지저장, 전기차 등)에서는 올해 3월, 4월에만 각각 14만 7139명, 44만 7208명이 해고돼 지난 2개월 동안 59만 4347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약 17.8%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내년에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왔다.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수력발전소 2곳이 새로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올해와 내년을 합친 발전설비 설치량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예측됐던 수준보단 10% 가량 낮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각종 산업계에 악영향을 끼친 것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탄력성은 희소식이지만 막연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 관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점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강조됐던 내용"이라며 "경제적·보건적 위기에 놓인 현 시점에서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IEA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편입시킬 경우 이 같은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론도 펼쳤다.

비롤 총장은 "비용이 하락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역동적으로 성장해왔지만 현재 코로나19로 가중되고 있는 불확실성을 보호하기에는 비용하락만으로 역부족이다"며 "재생에너지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기부양책과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태양광·풍력, 신규 발전설비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

▲태양광발전(사진=에너지경제DB)


이렇듯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량에 대한 성장세는 2년에 걸쳐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각 발전월별 전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IEA는 올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신규 설치량이 전체 대비 86% 가량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9년 대비 각각 18%, 12%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IEA에 따르면 올해 90GW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새로 추가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는 110GW를 기록한 2019년 대비 낮다. IEA는 발전소급 태양광의 경우 2021년에 프로젝트들이 완료되면서 2019년 수준의 성장세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 반면 분산형 태양광은 올해 큰 타격을 입은 관계로 내년까지 완전히 회복할 수 없어 전체적인 하향세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인·법인용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육상풍력 역시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해 전망은 비관적이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자금조달을 마쳐 건설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2019년 수준을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해상풍력의 경우 IEA는 건설기간이 육상에 비해 긴 관계로 코로나19 사태가 내년과 내후년 전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봤을 때 미국과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설치 규모는 올해와 내년 모두 작년대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경우 관련 보조금이 올해까지만 지급되고 미국에서는 세액 공제가 내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력한 락다운 조치를 도입한 유럽에서는 이에 대한 여파로 발전소급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큰 영향을 받게됐지만 발전설비 설치량이 내년부터 늘어날 것으로 예고됐다. 그러나 IEA는 최근 유럽 태양광 시장의 성장을 이끈 분산형 태양광이 2021년에도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역시 코로나19로 올해 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도 유럽만큼 고강도 봉쇄령을 내렸기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지연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코로나19 확산세 급증 중남미, "2021년에도 회복 못할 수도"


심지어 아프리카, 중남미, 유라시아 국가들은 2021년에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량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2021년 이후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에서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중남미가 미국, 유럽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하루 신규 확진 사례 중 중남미가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 유럽은 약 20% 수준이다.

중남미 지역의 신규 확진자 대다수는 브라질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브라질 보건부는 20일(현지시간) 신규 확진 사례가 약 2만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규 사망자는 88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브라질은 독일, 프랑스, 영국을 제치고 미국,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3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브라질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향후 10년 이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또 다른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19년 브라질 태양광 시장은 전년대비 두배 이상 성장했다. 브라질은 또한 바람이 풍부해 풍력발전에도 용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경제 재개에 돌입한 중국, 미국, 유럽과 달리 중남미에서는 오히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남미의 경제정상화가 늦춰진다는 것을 의미해 재생에너지 시장이 침체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

중남미 국가의 3분의 1이 이달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은 점 또한 재생에너지 시장의 악재가 될 수 있다. IMF는 올해 중남미 지역 경제 성장률을 집계 이후 최저인 -5.2%로 제시했으며, 2015∼2025년 10년간 중남미 경제가 제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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