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손을 씻어 본 적은 없다. 위생관념이 높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인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넘쳐나던 감기환자가 20% 이상 급감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시간에 얼굴에 손이 평균 23번이나 가는 줄 몰랐으며, 보이지 않는 침방울의 무서움도 몰랐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이후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의 변화에 대해 예측을 해 본다.코로나19가 경제에 주는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일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가뜩이나 경제 체질이 바닥까지 내려온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와 경제 패러다임을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경제가 불확실한 시대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리도 없고, 새로운 산업이 대두되지 않는 한 일자리가 갑자기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기존 일자리에는 신입직원보다는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선호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대세는 길거리 점포의 부진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로드샵의 많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간편식과 편의점 음식의 품질향상은 그렇고 그런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몰락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젊은 인구는 갑자기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은데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을 의지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과거 베이비붐은 상황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이나 625전쟁 후의 우리나라와 같이 큰 전쟁이 끝나거나, 고도 경제성장기와 같이 미래를 희망적으로 볼 때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14%를 넘어선 711만5000명으로, 고령인구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일어난 코로나 사태는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을 더욱 낮출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이전 세대에 비해 두드러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개인주의도 가속화될 것이다.첫째, 개인주의 세대는 부모 자식 간에도 자립을 중시하며, 간섭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가족부양에 대한 의무감은 훨씬 희박해 질 것이다. 지금과 같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형태는 점차 사라질 것이며, 노인에 대한 사회적 보살핌의 필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개인주의 세대에서는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을 추구한다. 최근 각광을 받는 소확행, 워라밸 등 행복과 웰빙 트렌드는 일시적인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더욱 심화될 것이다.
둘째, 대인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이전의 세계에서는 소수의 내집단(ingroup)만 존재했고 그 관계는 매우 친밀했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들은 진출입이 빈번하며 친밀도는 낮은 많은 내집단을 가질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 내집단들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기술들을 개발할 것이다. 개인주의 세대들은 관계유지를 위한 선물관습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규범이나 관행을 이전에 하던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룹미팅보다 개인미팅이 증가할 것이며, 업무상 만나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을 일로 만나는 것보다 여흥을 위해 만나는 것이 늘어날 것이다. 이전에는 집단간 갈등원인이 지위나 경제, 영역 다툼이 주였다면, 개인주의 세대는 자기 집단의 지위개선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바꾸는 데 목적을 둔다.
셋째, 근로행태가 달라질 것이다. 직장에서 공개적 비판이 이전보다 더 용인될 것이며, 대면 보고가 줄어들 것이다. 문제해결은 그룹보다는 개인 위주로 될 것이며, 의사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이루어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이상에서 언급한 경제 및 사회분야 외에도 법과 정치 등 우리 사회제도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앞으로 닥칠 거대한 사회적 변화의 쓰나미를 예상해서 잘 대비하고 적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덜 고단하게 할 것이다.